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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입력 2022.06.29 05:05 수정 2022.06.28 07:45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 전임 원내대표 합의사항은 무효다

입법의 핵심적 키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민주당의 독선적 태도와 견제심리가 표심으로

‘검수완박’ 관련 소송 취하하라는 조건은 생뚱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여야간 난항을 겪고 있어 장기간 국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여야간 난항을 겪고 있어 장기간 국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가 한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후반기 원구성에 대한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계류된 법안만 1만여 건에 이르고, 물가 폭등‧고금리 등으로 국민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정치권은 정략에 몰두해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지난 24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원구성의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국민의 힘이 맡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힘으로써 일단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법사위원장 양보’는 민주당에서 마치 큰 결단이나 하는 듯이 생색내고 있지만, 양당의 전임 원내총무 간에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 힘이 맡고, 법사위 기능을 정상화한다는 데 이미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박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지도부가 후임 원내지도부의 법적 책임과 권한이 있는 부분까지 정하는 건 권한 밖의 일’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전임 원내대표 간의 공식적인 합의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는 희한한 논리다.


국회에서 입법의 핵심적 키를 쥐고 있는 자리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이다. 원칙적으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고, 국회의장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두 직을 한 정당이 독점하게 되면 입법독주가 우려되기 때문에 17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은 제1당에서, 법사위원장은 제2당에서 맡는 것이 관례였다. 말하자면 입법을 함에 있어 여야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이번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물론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거대 의석을 바탕으로 임대차3법, 공수처법, 이른 바 검수완박법 등 정권이 원하는 법들을 강행처리한 바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국회를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치러진 세 차례의 선거에서 민주당은 모두 참패했다. 불과 24만여 표 차로 패배한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는 당과 지지층 일각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지방의원 수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그 막강한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초년생’ 윤석열 후보에게 진 것은 표차를 떠나 참패라고 봐야 한다. 아무튼 이처럼 세 차례 선거에서 모두 참패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민주당의 독선적 태도와 이에 따른 견제심리가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한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도 ‘검수완박’이 선거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바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 힘에 넘기기로 한 것은 후반기 국회에서는 과거와 같은 입법독주를 자제하겠다는 제스처인 동시에 국회정상화를 위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대신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검수완박 관련 헌법소원 및 권한쟁의 심판청구 소송 취하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국회 원구성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 힘 원내대표 간에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하되,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 힘에서 맡는다’고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장을 양보한다고 했지만 이는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일 뿐이고, 사실상 원구성에 새로운 조건만 덧붙인 것이다.


사개특위 구성은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므로 차치하더라도, ‘검수완박’ 관련 소송을 취하하라는 조건은 생뚱맞다. ‘검수완박’ 관련법의 개정 과정이나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구태여 취하하라고 요구할 까닭이 없을 텐데, 혹시 입법 상 하자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사한 입법에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힘을 가진’ 여당이 양보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현 국회에서는 절대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힘 센’ 여당인 셈이다. 따라서 입법에 대한 책임도 국민의 힘보다 민주당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아무쪼록 어려운 민생을 고려해서라도 서로 타협해 국회를 하루속히 정상화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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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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