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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니깐" "흥분되니깐"…'나비약'에 취한 아이들


입력 2022.06.18 06:14 수정 2022.06.18 11:4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경남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10대 청소년 무더기 검거…SNS 의약품 유통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비만 환자 처방 의약품, 환각·환청 부작용

전문가 "체중감량 욕구와 흥분 효과 알고 더 탐닉했을 것…SNS 광고에 혹해 값싸고 몰래 구입"

"뇌 발달 중인 청소년기에 위험…심장에 무리 생기거나 조증 생길 수도, 공격성 보이면 사회문제"

마약류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 ⓒ경남경찰청 마약류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 ⓒ경남경찰청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알려진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일명 나비약)을 불법 유통·소지한 10대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사회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불법 구매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 1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10∼30대 5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강원·경북 소재 병원에서 본인 또는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받은 뒤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투약·구매·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된 피의자는 판매자 8명 중 10대가 6명, 구매자 51명 중 40명이 중·고등학생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10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이 판매 및 소지한 약은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나비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로, 비만 환자들에게 체중감량의 보조 요법으로 단기간 처방되는 의약품이다. '나비약'은 중독성과 환각, 환청과 같은 부작용이 있는 등 오·남용 시 위험성이 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10대 청소년이 약을 구매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체중 감량'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약을 복용한 주변 또래들 사이에서 '살이 빠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등의 소문이 돌면서 호기심은 커져만 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SNS나 중고 장터 등에서 불법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식욕 억제 작용도 원했겠지만 약을 사용했을 때 기분이 흥분된다는 것을 알고 더 탐닉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 안전하게 식욕억제제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값싸고 몰래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이어트나 체중감량 욕구가 강한 시기의 청소년이 단기간에 극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운동보다 약을 찾게 된 것"이라며 "SNS 등에서 여러 번 광고를 접하게 되면 더 신뢰성이 생기게 된다. 혹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주로 또래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며 "또래와 공유하고 소외되지 않기 위한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격성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에타민은 식욕억제제로 제일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품이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교감 신경을 흥분시킨다"며 "의사의 처방 하에 정량을 복용하고 신중한 투여가 필요한 약"이라고 경고했다.


홍 교순는 이어 "과량으로 복용할 경우 심장에 무리가 생기거나 감정 기복이 생겨 조증 같은 병이 생길 수도 있다"며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뇌의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공격성이 나타나면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SNS 등을 통한 의약품 유통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이버 경찰청 수사대처럼 SNS 유통을 잘 알고 있는 조직에서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기간을 정해서 특별 감시를 벌이거나 주기적으로 단속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청소년들은 점점 앞서나가고 있는데 사회적 규제는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귀 교수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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