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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㊲] 50년 후 농작물 상태 미리 본다…이상기상연구 주목


입력 2022.06.16 06:30 수정 2022.06.15 09:21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채소 생육데이터로 미래 작물환경 분석

사과 등 주요과일 변화 예상

다양환 환경에서 데이터 확보 기대


오는 2100년에는 배추가 어떻게 자랄까. 농진청 이상기상연구동은 2100년에 탄소저감 등 기온상승 억제 노력을 하지 않아 5℃ 가 높아졌을 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등 다양하게 배추 결핍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오는 2100년에는 배추가 어떻게 자랄까. 농진청 이상기상연구동은 2100년에 탄소저감 등 기온상승 억제 노력을 하지 않아 5℃ 가 높아졌을 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등 다양하게 배추 결핍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50년 후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지금과 같은 농산물 재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야. 사실 지난 50년을 보면, 대구 사과와 같은 품종은 자취를 감추고 있지. 이제 앞으로는 사과를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 할 수 있다는 암울한 소식도 나오는 상황이야.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하는 이상기상연구동은 앞으로 50년 후 우리 미래의 기온을 예측해 다양한 생육환경을 체크하고 있어. 시나리오별로 어떤 품종이 잘 자라는지, 어떤 품종이 힘들어지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지. 미래를 대비하는 농진청 연구가 미래 농산물 재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꿀벌 실종사건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꿀벌 대응이 마련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농산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은 이상기상연구동을 통해 50년 후 발생할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동 중이다. 현재 먹거리의 상황별 데이터를 분석해 검증된 표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채소 생육데이터센터는 온도, 광 , 습도 등 환경 조건을 50년 후 시나리오별로 재현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위승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사는 “채소 생육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 농업 생산분야 참조표준”이라며 “채소 생육 및 생리 반응에 관한 검증된 자료의 생산, 평가, DB구축 및 보급을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바뀌는 미래 과일 지도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대에는 주요 과일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농진청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모든 과일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이 주요 과일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배, 복숭아, 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했다.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사과는 과거 30년 기후 조건과 비교하면 앞으로 지속해서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2090년대에는 역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진다.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포도는 총 재배지 면적을 2050년대까지 유지하고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2070년대에는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단감은 2070년대까지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 등 총 재배 가능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도 상승,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감귤(온주밀감) 역시 총 재배 가능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이 제주도에서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넓어진다. 온주밀감이란 감귤의 한 종류다. 국내 노지에서 재배하는 대부분 감귤이 온주밀감이다.


이는 작물 종류별로 연평균 기온, 생육기 기온 등 재배에 필요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재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량이 불안정하고 열매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 배는 7℃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사과, 포도는 성숙기에 고온일 경우 과실 착색 불량 등 품질이 나빠진다. 내한성(추위 견디는 성질)이 약한 감귤이나 단감은 겨울철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생육이 가능하다.


마늘의 경우 연구동 안 온도를 평년보다 각각 3℃, 5℃ 높게 설정해 생육 정보를 연구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마늘의 경우 연구동 안 온도를 평년보다 각각 3℃, 5℃ 높게 설정해 생육 정보를 연구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기후변화, 지금부터 대응 시스템 갖춰야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지난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 이하 SSP5)를 활용해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했다. 이 전자기후도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SSP는 공통사회 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다.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 공식 명칭은 SSP1-2.6, SSP2-4.5, SSP3-7.0, SSP5-8.5다. 그중 SSP5-8.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 발표한 SSP5는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예측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81∼2100년 사이, 전 세계와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각각 6.9℃, 7.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이는 2012년 발표 한(RCP8.5) 상승치보다 각각 2.2℃, 1.1도℃ 오른 수치다.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열대기후는 월평균기온 10℃ 이상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후다.


이번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는 현재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재배 양식 같은 재배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분석했다. 기존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로 분석했을 때보다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정도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 가능지 감소와 확대 속도 또한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은 정책기관에서 과일 수급 물량 조절 정책을 수립하거나 농가가 각 농장에 재배 가능한 작물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번 자료를 농진청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한편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생산성과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알맞은 작목을 배치하고 있다. 사과는 아리수 등 7품종, 배 슈퍼골드 등 9품종, 포도 흑보석 등 5품종이 대표 사례다.


또 고온 조건에 대응한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미래 생산성 변동 상황 예측과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등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새롭게 재배 가능한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아열대 작물 52종(2020년 기준)을 도입해 적응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온난화로 고품질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 적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보급하고 재배지 증가 작물의 경우 수출, 가공품 개발 등 소비 확대에 힘쓰겠다”며 “주요 과수 작물뿐만 아니라 원예·특용 작물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기상연구동은 향후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배군득 기자 이상기상연구동은 향후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배군득 기자
◆농업 최초 국가참조표준…이상기상연구동의 핵심 역할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늘과 토마토 생육 정보(데이터) 21종이 농업 생산 분야 국가참조표준으로 등록됐다. 참조표준은 측정데이터와 정보 정확도, 신뢰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해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거나 반복사용이 가능하도록 공인한 자료를 의미한다.


농진청은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참조표준 데이터센터로 지정됐다. 이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생육데이터센터’에서 환경 조건에 따른 채소 생육과 생리 반응 등 신뢰성 있는 국가 표준데이터를 생산·평가하는 연구를 해 왔다.


이번에 생산, 등록한 채소 생육 정보는 온도에 따른 마늘 식물 길이와 잎 수 등 10종, 토마토 무게와 잎 수 등 11종을 합해 모두 21종이다. 최근 이상기상으로 수급이 불안정한 마늘과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토마토를 대상으로 생육 참조표준을 생산한 것이다.


마늘 생육 정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시나리오(SSP2, SSP5)를 적용, 연구동 안 온도를 평년보다 각각 3℃, 5℃ 높게 설정해 생산했다.


그 결과 마늘은 파종 71일 뒤 식물 길이가 평년 온도에서는 47.7cm였고, 평년보다 3℃ 높을 때는 53.1cm, 5℃ 높을 때는 56.6cm였다. 잎 수는 각각 7.3매, 7.5매, 7.3매로 나타났다.


토마토 생육 정보도 평년보다 온도를 3℃, 5도℃ 높게 설정해 생산했다. 토마토 아주심기 77일 뒤 열매 무게는 평년 온도에서는 462.0g이었다. 평년보다 3℃ 높을 때는 438.2g, 5℃ 높을 때는 644.0g으로 조사됐다. 또 잎 수는 각각 18.3매, 20.4매, 24.0매였다.


농진청은 국가참조표준센터에 등록한 마늘과 토마토 참조표준을 산업계, 학계, 연구계에 보급함으로써 농업 빅데이터 검정과 분석, 교육,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정책 수립 같은 디지털 농업 혁신성장에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위 연구사는 “그동안에는 수집된 관측 빅데이터가 정상적인 값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국가참조표준을 활용하면 빅데이터 검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채소 생육 국가참조표준 등록과 보급은 농업 빅데이터 분석 정확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가 디지털 농업의 혁신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23일 [新농사직썰㊳]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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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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