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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창감독 "'장미맨션', 시네마틱한 발상과 장르적인 해석의 조화"


입력 2022.06.05 13:35 수정 2022.06.05 13: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OTT 드라마 첫 연출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표적' '계춘할망' 등을 연출한 창감독이 OTT 드라마에 도전했다. '장미맨션'은 사라진 언니를 찾기 위해 돌아오고 싶지 않던 집에 온 지나(임지연 분)가 형사 민수(윤균상 분)와 함께 수상한 이웃들을 추적하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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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과 가깝게 닿아있는 아파트라는 친숙한 공간이 공포로 잠식되고 평범한 이웃이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공포가 되는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까지 예측불가한 반전과 미궁에 빠져버린 살인범의 정체, 그리고 여전히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장미맨션의 마지막은 시즌 2를 기대케 했다.


당초 '장미맨션'은 영화 시나리오였지만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 큰 틀의 콘셉트만 남겨두고 새로 만들어졌다. 창감독은 드라마의 특징을 살려 '장미맨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쾌감을 느꼈다. 또한 실시간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시청자들의 두뇌회전을 보는 관전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시리즈란 장점을 살려서 다음 회를 계속해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리고 시청자가 참여하는 쌍방 피드백이 재미있었어요. 특히 아직 시리즈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인을 추측하는 댓글을 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보니 드라마 문법이 낯설지는 않았을까.


"드라마 문법이 있겠지만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문법이라는 것이 있으면 또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잖아요. 시퀀스 하나하나가 한 회라고 생각했어요. 시퀀스 단위로 이야기를 끌어내면 영화 연출과 별다를 것 없이 소화가 가능하게다 싶었고요. 막상 찍으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원래 찍던 분량보다 거의 10배 정도 분량이 많아졌으니까요.(웃음) 물리적으로 힘들었지만 순발력 같은 게 생겼어요."


'장미맨션'은 첫 회에서 신혼부부의 적나라한 정사신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창감독은 OTT 플랫폼이 가지는 성격을 고려해 처음부터 수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으며,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밝혔다.


"공중파나 케이블 TV처럼 광고를 가져가는 게 아니고 OT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위에 대해 세다고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런데 수위가 높다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수위라는 개념보다는 리얼리티 접근으로봐주셨으면 해요. 첫 신은 장르적인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파트 각각의 집을 통해 인간 군상들이 보이고, 그중 한 집을 보여준 것일 뿐이죠. 우혁이란 인물이 성적인 결핍에 시달리며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래서 완전 반대적인 상황을 넣고 싶어 정사신을 설정한 거죠. 제겐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성적인 문제를 극대화하는 클리셰가 필요했죠."


반면 4회 고양이 살해 장면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해당 장면이 불필요하게 자극적이라는 점과 사전에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는 티빙과 '장미맨션' 측에 메이킹 영상을 공개를 요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장면을 신고했다. 이에 '장미맨션' 측은 고양이 학대 장면을 삭제했다.


"충격받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사실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지 전혀 몰랐어요. 이번 계기로 향후 촬영하는데 동물, 아이 이런 것들을 다룰 때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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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언니를 찾기 위해 거짓말은 물론 물불 가리지 않는 지나 역의 임지연은, '장미맨션'을 통해 선과 악을 오가는 묘한 얼굴과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윤균상 역시 '장미맨션'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창 감독은 두 배우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인공 자체가 결핍이 있어야 했어요. 어려서부터 편애를 받았던 형제, 자매, 가족이지만 차별을 받고 자란 사람이 주인공이 되면, 복합적이면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임지연 씨가 굉장히 잘 해줬죠. '유체이탈자'를 개봉하기 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연기가 굉장히 성장했더라고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또 극중 지나가 육상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체구가 너무 작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했고요. 또 지연 씨에게 이상하게 열등감 있는 캐릭터를 얹어줬을 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균상 씨는 형사 같지 않은 형사, 소년미 있는 30대 중후반 배우를 찾는데 윤균상 씨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형사 민수 역에 캐스팅하게 됐어요."


그러나 그의 '최애' 캐릭터는 지나도, 민수도 아니었다. 강력 1팀 팀장 장원석과 2팀 팀장 최표창이다. 형사를 그리는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와도 변별력 있는 관점이었고, 모순된 감정을 안고 끝나는 극의 결론과도 잘 맞물렸다고 생각해 마음이 기운다.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지만, 굳이 뽑자면 장원석(정웅인 분)과 최표창(이문식 분), 두 사람이 격돌하는 장면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력 1팀 팀장 원석은 언론과 증거조작까지 감행하는 공격적인 수사 방식을 고집하는 인물이고, 강력 2팀 팀장 표창은 그 반대로 하는 일에 다소 방어적인 태세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수사 방식을 고집하는 인물이죠. 두 사람은 장미맨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두고 12부에서 크게 다투게 되는데, 이를 보고 수사를 받던 범인이 “모순이네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캐릭터를 배우들이 너무 잘 소화해 주신 건 두말할 것도 없고 형사라는 직업을 한층 새롭게 해석해 본 것 같아 두 인물의 메타포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창감독은 '장미맨션'을 단순히 드라마 시리즈가 아닌, 프리미엄 시리즈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현재 많은 영화감독들이 OTT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창감독은 크리에이터에게 지금과 같은 환경은 더욱더 완성도 높고 다양한 완성물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시네마틱한 발상과 장르적인 해석으로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앞으로 관객분들이 드라마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장을 만들 수 있도록 호응도 해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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