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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책임론' 두고 친문-친명 전면전…당권 경쟁 본격화


입력 2022.06.03 00:00 수정 2022.06.03 00:3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홍영표 "사당화해 참패" 전해철 "패배 책임자 물러서야"

정성호 "사심 버리고 선당후사로 단합해야"…친문 저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박지현·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박지현·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참패로 한동안 잠복해있던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 갈등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가 2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까지 거론되자 친문계는 이재명 상임고문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기 시작했다. 친명계는 이 고문을 중심으로 당내 세력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친문계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공개적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고문의 8월 전당대회 도전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만큼, 그의 당내 영향력을 약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문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전해철 의원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계의 지원 속에서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잘싸'로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며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국민들께 가장 질리는 정치 행태일 것"이라며 이 고문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전해철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전해철 의원 ⓒ뉴시스

역시 친문계로 분류되는 신동근 의원은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면서 "이 고문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명길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졌잘싸'로 대선 패배의 민심을 오판하고 호도한 채 패자가 승자처럼 행동한 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는 친문계를 '기득권'으로 규정하며 당내 세력 교체가 이 고문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명계 수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 놓았다"며 "국민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는 친문계를 겨냥했다.


양이원영 의원 또한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형식은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며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친문계와 친명계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은 이 고문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치열한 당권 싸움으로 당이 둘로 쪼개지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조응천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고문이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데 대해 "상처 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하고,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 "이 고문이 대참패의 일원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박용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는 (이 고문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나오시는 것보다는, 어떤 한 걸음 좀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 정도 그리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이런 게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살리자고_민주당 죽었다' 해시태그 확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한 패러디물 ⓒ트위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한 패러디물 ⓒ트위터

이런 상황에서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트위터에 '#이재명 살리자고_민주당 죽었다' 등의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계파 갈등은 극대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위터에는 해당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해당 해시태그를 삽입한 글에서 이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재명을 버려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이재명은 탈당하라", "당권 도전은 생각도 하지 마라" 등의 주장을 폈다.


이 고문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한 패러디 사진들도 쏟아지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로고에 이 고문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스터를 '이재명 1명 구하기'로 변경한 사진 등이 트위터에 게재됐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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