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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눈치보는 민주당엔 미래 없다 [고수정의 참견]


입력 2022.05.26 07:00 수정 2022.05.26 05:0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민주당, 이재명 적극 지지층 입김에 좌지우지

박지현 '팬덤 정치 결별' 선언했다가 공격 받아

뭐든 과하면 부작용…'확장되게 하는' 지지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 하트'를 하고 있다. ⓒ이재명 페이스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 하트'를 하고 있다. ⓒ이재명 페이스북

"지금 '개딸'에 환호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 최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민주당 복당 신청을 철회하면서 한 발언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이재명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면서 민주당에 유입된 2030 여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에 당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팬덤 정치'를 무작정 '독'으로만 볼 순 없다. 라디오가 루스벨트를, TV가 케네디를, 인터넷은 오바마와 노무현을 만들었듯 팬덤 정치는 강력한 정치인을 탄생시키고, 하나의 정체성을 이룬다. 정치 무관심층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순기능도 있다.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과거에 지적한 대로 팬덤 정치의 문제는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즉 자신들의 의지를 지도자를 통해 직접 표출해 결국 의회는 통법부, 의원들은 친위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상황이 딱 그렇다. 개딸들의 심기를 거스르면 한순간에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온라인 좌표 찍기·문자폭탄에 시달린다. "지금은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의원들이 개딸 눈치를 보느라 뭘 하지를 못한다"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의 말에서 당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개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이 위원장의 2030세대 남성 지지층)'이 이 위원장을 '아빠'라고 부르고, 이 위원장도 이들을 향해 자신을 '파파'라 칭한다. 하나의 팬덤을 공유하는 서로를 '가족'으로 묶었으니 건강한 비판이 나올 리가 없다.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팬덤에 당이 장악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치켜세우며 이들의 행태를 '합법화'했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가 개딸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례만 보더라도 민주당이 지금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알 수 있다.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하면 안 된다"는 박 위원장을 향해 개딸들은 "박지현을 쉴드친(방어해 준) 내가 너무 부끄럽다" "추방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박지현의 자폭을 봐야 하느냐"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그들의 대표 격이었다.


개딸들의 분노에 발맞추는 당내 상황은 더욱더 가관이다. 당 지도부부터가 박 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를 '개인 의견'이라며 부랴부랴 선을 그었고, 양측은 25일 비공개 회의에서 정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는 개딸들이 박 위원장을 향해 '내부총질을 한다'고 비난한 것과 유사한 시각의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남긴 와중에 민주당의 '봉숭아학당' 고질병이 재발된 모양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를 반성하며 내로남불과 위선적인 행태를 지우겠다고 외친 그 당이 맞는지 의문이다. 물론 민주당 내에 "당내 정치 문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양념 수준을 넘어섰다"(박용진 의원) 등의 자성적인 목소리도 있기야 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JTBC와의 대담에서 "진정한 지지는 확장되게 하는 지지여야 되는 것이다. 오히려 좁히고, 배타적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거리두게 만드는 지지는 지지하는 사람을 위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수많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 온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시점에서 팬덤 정치의 올바른 방향을 언급한 건 아이러니하지만,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팬덤 정치에 몰두하는, 반성과 쇄신의 실천 가능성이 없는 정당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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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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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멘시타 2022.05.26  10:28
    망하리라
    망할것이다
    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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