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잔금 미지급시 일방적해제가 가능할까?

김유미 기자 (kymtt@hanmail.net)

입력 2008.05.15 18:04  수정

전긍호의 부동산 이야기

(사례) A씨는 토지를 구입하고자 토지소유자인 B씨를 만나 거래내용을 협의하였고 곧 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토지매매계약의 정식계약체결일은 다가오는 3월 10일로 정하였고 만일 매수인이 잔금지급일을 경과한다면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에 매수인은 이미 지급한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도록 약정하였습니다.

잔금지급일은 매도인이 인정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10일간 연장이 가능토록 하였으며 이와 같은 계약조건들은 추후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최종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매수인 A씨는 약속한 잔금지급일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였고 이에 매도인 B씨가 사정을 봐주어 약정한대로 10일간 잔금지급일을 연기하여 주었지만 역시 연기된 잔금지급일이 경과한 시점에도 나머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습니다.

B씨는 그 즉시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A씨는 다음날 잔금을 들고와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애초에 자신의 잔금지급의무는 매도인의 등기이전의무와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니 아무리 당사자 간의 특약이 존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지요.

이 경우 과연 A씨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요?

A씨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가 될 것입니다. 하나는 잔금지급의무와 소유권등기이전의무는 서로 동시에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법리를 무시한 매도인의 계약해제는 효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지요.

살피건데, 일반적으로 매수인의 잔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것은 타당한 주장입니다.

양자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니 원칙적으로 매도인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자신이 지고 있는 의무의 이행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즉 등기를 이전시켜주기 위한 절차를 이행하며 상대방에게 의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 (사례)에서처럼 해제의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A씨의 주장대로 이러한 법리를 무시한 B씨의 매매계약 해제는 과연 효력이 없는 것일까요?

판례는 (사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잔금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매도인이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더라도 매도인이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지 않는 한 위와 같은 해제통지만으로는 매매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약정이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 등 소요서류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매수인의 지급기한 도과 및 매도인의 해제통지만으로 계약을 해제시키기로 하는 특약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매수인의 지급기한 도과 및 매도인의 해제통지로써 위 매매계약은 해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략)........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양해각서와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및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중도금 없이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 전부를 2008. 4. 30.까지 반드시 지급할 것을 약속하면서 이를 다짐하는 의미에서 만일 원고가 그날까지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피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여도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원고가 잔금지급일을 경과할 경우 피고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더구나 피고가 잔금지급기일을 2008. 5. 10.까지 1차 연장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다시 잔금지급기일을 지키지 못한 이 사건에서 있어서는, 피고가 위 해제통지 당시 소유권이전등기 등 소요서류를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1차 연장된 잔금지급기일을 원고가 도과한 사실 및 피고의 해제통지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즉 (사례)와 같이 당사자 간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여도 매수인이 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특약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양당사자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를 불문하고 일방(매도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을 해제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사례)에서 토지매매계약은 B씨의 해제의 의사표시로써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계약의 존속을 주장하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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