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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각과 휴식


입력 2022.05.19 05:05 수정 2022.05.18 08:38        데스크 (desk@dailian.co.kr)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왕적'이라 불리는 대통령을 두고 지각이니 칼퇴근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게 이채롭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출퇴근하는 대통령 시대의 풍속도인 것을 누구를 탓하랴. 대통령의 출퇴근 시간 체크도 야당의 역할로 추가된 것 같다. 야당의 눈에는 대통령 부부의 주말 쇼핑 겸 나들이도 곱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야당을 탓할 것은 아니다. 실눈을 뜨고 지켜보는 야당이 있기에 대통령이 자경(自警)할 수 있으니 오히려 고맙게 여길 일이다. 다만 이 기회에 대통령의 일과 휴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조선왕조의 대표적 궁전인 경복궁에서 가장 중요한 전각이 근정전이다.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은 경복궁이라는 이름부터 크고 작은 모든 전각의 이름까지 지어 붙였다. 그런데 정전(正殿)의 이름을 근정전이라고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임금의 즉위식을 비롯하여 왕비 및 세자의 책봉식이 모두 근정전에서 거행될 정도로 근정전은 왕조의 최고 상징적 건물이다. 이름을 지을 때 ‘경복궁’과 함께 가장 많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그 이름이 바로 '근정전(勤政殿)'이다. 근정, 정사를 보는 데에 부지런히 하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지는 정도전이 태조에게 지어 바친 근정전 기문(記文)에 잘 나타나 있다.


'아침엔 정무를 보고,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저녁에는 지시할 사항을 다듬고, 밤에는 몸을 편안히(安身) 하여야 하나니 이것이 임금의 부지런함입니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에서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라고 썼다. 나 역시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몸을 편안히 하라는 말은 요즘으로 치면 휴식을 잘하라는 말이다. 휴식을 창조의 원천으로 보기에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는 말도 있다. 레크리에이션은 재창조, 휴양, 기분전환의 뜻이 있다. 그렇다. 휴식을 잘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 음악에서 음표와 마찬가지로 쉼표가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휴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다. 독일 기자인 울리히 슈나벨의 '행복의 중심, 휴식'이라는 책을 보면 "휴식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며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휴식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이 나온다. 100% 동의한다. 달콤한 휴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일을 잘하기 위하여 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생산적 휴식, 창조적 휴식이다.


소아마비 백신의 발명자인 요나스 솔크의 고백. 그는 연구 막바지에 난관에 봉착하여 고민 끝에 배낭을 메고 이탈리아로 갔다. 연구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풀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이 중세 수도원의 높은 기둥 사이를 거닐 때 풀렸다고 한다. 휴식의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에 제왕이라고,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다운 호방한 기질과 함께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인 것 같다. 최상급 부부 금실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부부 동반 나들이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비쳐진다. 직장에서도 대표가 행복해야 직원들도 행복하고 고객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행복해야 공무원들이 행복하고, 행복한 공무원들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 수행의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휴식과 행복 찾기를 하는 대통령을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을까. 메르켈 총리의 장보기를 보통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독일 국민들처럼.


ⓒ

글/유종필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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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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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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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결같이 2022.05.19  10:05
     시사문제를 역사적 사례로 재밌게 풀어서 쓴 것을 보니, 과거 기자출신이시라는 것이 새삼느껴집니다. 멋진 글을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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