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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건전성 압박에…생보사 '이중 부담'


입력 2022.05.09 06:00 수정 2022.05.06 16:37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생보사 책임준비금 1년 새 19조원↑

금리 오르자 자본 확충 부담 커져

보험사 ⓒ연합뉴스 보험사 ⓒ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책임준비금, 자본금 확충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늘은 가운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자본금 확충 압박도 커지고 있어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의 책임준비금은 669조4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19조원 가량 늘었으며 2년 전과 비교하면 42조원 가량 늘은 규모다.


사별로 보면 책임준비금 적립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이 194조원으로 3%(7조원)늘었다. 다음으로 한화생명이 90조원으로 3%(3조원), 교보생명이 78조원으로 4%(7조원) 증가했다. 이어 신한라이프가 53조원, 흥국생명이 23조원으로 각각 89%(25조원), 1%(2626억원) 올랐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생명과 합병하면서 책임준비금이 2배 가량 뛰었다.


책임준비금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에서 일정액을 적립시킨 돈이다. 보험사가 보험을 팔수록 책임준비금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최근 들어 책임준비금을 열심히 늘리는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이 예고된 새 회계기준 IFRS17 때문이다.


IFRS17의 핵심은 원가로 평가했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즉, 책임준비금도 보험계약 시점에 약속한 이율로 계산하는 '원가' 방식에서 금리로 계산하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금리가 변할 때마다 부채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책임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 IFRS17이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준비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생명보험사 책임준비금 적립 현황 ⓒ데일리안 국내 생명보험사 책임준비금 적립 현황 ⓒ데일리안

문제는 현재 금리상승으로 인해 생보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가 운용하는 자산 중 상당부분은 채권 투자로 수익을 남기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가 가진 채권 가격도 떨어졌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RBC비율은 총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값으로 비상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얼마나 돌려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업법상 의무는 '100% 이상'이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대부분 하락했다. 한화생명과 하나생명의 RBC 비율은 161%, 171.1%로 전분기보다 23.6%p, 29.3%p 하락했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조금 웃도는 수치다. 신한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255%, 280.7%로 30~60%p 급락했다.


특히 생보사들은 손보사들에 비해 짊어지는 부담이 더 큰 편이다. 생보사가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 규모가 큰 데다, 저축성보험 등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과거에 많이 팔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빅스텝을 예고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생보사들은 책임준비금 부담에 설상가상으로 자본금 확충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생보사들은 다각도로 자본 확충에 기를 쓰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들어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 넘는 자본을 확충했다.DB생명, 흥국생명, 메리츠화재 등은 950억, 200억 가량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도 현재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도입은 수년 전부터 대응해온 문제온 문제지만, 이렇게 금리가 급격히 올라 채권에서 큰 평가손이 발생할지는 대부분 예상치 못해 바쁘게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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