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발생 충돌 사태에 유감 표명
전날 국힘 면담 요청·항의엔 '침묵'
의원들 불편…"짓밟을 때는 언제고
면피용 전화 한통으로 모면하려 하나"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2개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강행 처리 저지를 위해 육탄전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본회의 산회 후 전화를 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을 받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통화 후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방관했던 박 의장의 면피용 전화일 뿐"이라 일축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1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장은 전날 여야 의원들 간 충돌이 벌어졌던 본회의가 종료된 이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본회의에서 벌어졌던 충돌 사태에 대해 몸상태 여부를 물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민주당의 검찰청법 개정안 강행 처리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박병석 의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불발됐고, 박 의장이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려 하자 박 의장을 에워싸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 측의 제지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며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뒤엉켜 바닥에 넘어지며 부상자가 발생했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다리를 밟힌 후 고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갔고, 허은아·황보승희·배현진·정경희·전주혜 등 다수의 의원들도 부상을 당해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의 저항선을 뚫고 의장석에 오른 박병석 의장은 본회의 개의 6분 만에 재석 177인 중 찬성 172인, 반대 3인, 기권 2인으로 표결 처리된 검찰청법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상 앞에 나가 박 의장을 향해 강도 높게 항의하며 들고 있던 '검수완박 반대' 피켓을 던지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박 의장의 유감 표명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박 의장과 통화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앉아있던 의원들을 무지막지하게 짓밟을 때는 언제고 몇 시간만에 유감이라는 '면피용 전화' 한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가. 박병석 의장은 폭력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비난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성을 잃고 꼼수 횡포에 무력까지 동원하더니 뜻한 바를 이루고 나서야 정신이 든 것인가"라며 "불법을 저지른 자기 편을 지키려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민주당과 박 의장을 국민께서 심판해주실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폭행 상황에 대해 박 의장이 몰랐던 척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장이 현장에서 폭행 상황에 대해 몰랐다는 듯 '나중에 확인해 보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라며 "의원들이 밟히고 다치는 상황을 박 의장이 눈으로 똑바로 목격했고, 모 의원에겐 손까지 내밀었다가 짐짓 모르는 척 현장을 지나쳤다.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 측은 통화에서 “법안 통과 후 송언석·전주혜 의원이 박 의장을 찾아와 부상을 입은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박 의장이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라며 “통화는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