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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수위 높이고, 관점 바꾸고…깊이 더하는 미디어 속 ‘학폭’ 메시지


입력 2022.04.30 10:24 수정 2022.04.30 10:2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돼지의 왕’·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새 관점에서 들여다본 학폭

학폭(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소재로 삼아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학폭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심각성을 부각하는가 하면, 학폭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고, 가해자의 시선에서 학폭 사건을 바라보는 등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메시지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지난 22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이 1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중학생 시절 학폭 피해를 당한 피해자 황경민(김동욱 분)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겪다, 결국 사적인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을 다뤘다.


ⓒ티빙 ⓒ티빙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내일’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SBS ‘펜트하우스’ 등 사회 문제를 다루거나,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콘텐츠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학폭이지만, ‘돼지의 왕’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특히 TV 플랫폼이 아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공개가 되면서 적나라한 표현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보는 불편함을 강조, 학폭의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켰다. 이재문 제작자는 제작발표회 당시 “폭력의 수위는 있지만, 이유가 있었다. 마냥 잔혹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꼭 그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었다.


또한 원작에는 없던, 가해자의 악행에 동조하는 담임 선생님과 방관자에 대한 처단까지도 담아내면서 학폭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하려는 노력도 보여줬다. 동시에 황경민의 복수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형사 정종석(김성규 분)을 통해 그의 복수 역시도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렇듯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다 보니 내용이 무겁고 또 어두워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폭력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도 학폭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해자의 시선을 통해 극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끌어낸다. 아들이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참담함을 느끼지만, 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의를 외면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통해, 학폭이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두 작품 모두 학폭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이분법적으로 나눠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들여다보고 또 고민하면서 그 심각성과 메시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학폭 문제를 가볍게 다뤄 우려를 사기도 했었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등이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폭력을 다루면서 결국에는 이를 학생들 간 ‘의리’ 또는 ‘추억’으로 포장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는 미디어도 학폭 문제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한 것은 물론, 문제의 본질을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면서 메시지의 깊이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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