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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의 두 얼굴, 영화예술의 정치화


입력 2022.04.29 14:01 수정 2022.04.29 12: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당선인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부정적 느낌이 들 수 있는 악의적 편집 내용과 분량에 불만을 표했고 반대쪽에는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데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방송 분량 90분 중 고작 17분 등장했지만 과열된 언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도 그렇지만 영화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흔히 영화와 영상콘텐츠는 순수예술의 분야라고 하지만 영화는 정치적이며 국민들의 생각과 이데올로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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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동안 정치인들은 방송과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각종 지원과 규제 정책을 통해 정권에 맞는 영상물을 제작했다. 영화에는 재미난 스토리와 인기배우 그리고 화려한 시청각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가장 효과적으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영화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모두 영화를 중요시해 왔다. 특히 구소련이나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영화가 지닌 이러한 정치적 특성을 충분히 인식해 영화산업을 지원하고 영화인을 우대하는 정책을 사용해 왔다.


1920년대 레닌은 영화산업을 국유화하여 당시 문맹률이 70%에 육박했던 민중들에게 영화를 통해 혁명의 이념과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길 바랐다. 영화를 통해 그 시대가 처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관계들의 모순을 대중들에게 알려 대안을 모색하도록 함으로서 영화예술의 정치화를 선도했다. 또한 히틀러는 무제한의 예산 지원을 통해 나치를 미화시킨 영화를 제작했다. 이렇듯 영화는 대중의 의식을 개혁하고 선도할 수 있는 탁월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영화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매체다. 할리우드의 영화들의 양대 테마는 가족과 애국심인데 그중 애국심은 제2차 세계 대전부터 두드러졌다. 영화는 미국의 애국심을 높이는 주요 원천으로 활용되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탑건’ ‘아메리칸 스나이퍼’ ‘첸스 일병의 귀환’ ‘라이언 일병구하기’ ‘블랙호크다운’ 등 수많은 전쟁영화를 보면 미국인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영화 ‘첸스일병의 귀환’은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첸스 일병의 유해를 고향까지 운구하는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된 영웅에 대해 얼마나 큰 경의를 보내고 엄중한 예우를 하는지 잔잔하게 보여주어 미국민의 애국심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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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영화의 정치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영화를 통해 국민들의 반공의식을 높였던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담는 영화들이 제작되면서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가 만들어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의 실화를 다룬 영화 ‘변호인’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부당거래’ ‘더킹’ ‘내부자들’은 검찰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부패상을 그리고 있으며, 오스카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약자를 부각시켜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나 방송콘텐츠의 정치화는 비록 많은 논란들이 있으나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NS 시대가 되면서 여론은 더욱 중요해 졌으며 영상매체의 효율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상콘텐츠 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5월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 인수위를 구성해 정책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상콘텐츠를 비롯한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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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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