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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 옥스프링에 가려진 장정석의 도전


입력 2008.05.04 08:01 수정        

한국 최초의 너클볼러를 꿈꾸었던 장정석

옥스프링은 간간히 너클볼을 섞어 던져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옥스프링은 간간히 너클볼을 섞어 던져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의 너클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너클볼을 익혀왔다는 옥스프링이 실전에서 본격적으로 구사한 것은 올해가 처음. 지난해에는 포수 조인성이 제대로 잡지를 못해 구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속이 100km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느리지만, 실밥의 움직임이 거의 없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들어오는 너클볼은 제대로 구사만 된다면 타자가 공략하는데 애를 먹는다. 따라서 이 구질이 ‘마구’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투수조차도 어디로 날아갈지 모를 정도로 변화가 심해서 타자만큼이나 포수도 곤란을 겪는다. 또한, 제대로 구사가 되지 않을 때에는 난타를 당할 위험도 크다. 옥스프링이 지난달 30일 롯데의 정보명에게 홈런을 허용한 구종도 제대로 구사 안 된 너클볼이었다.

한 경기에 몇 개 정도만 너클볼을 구사하는 옥스프링은 메이저리그의 팀 웨이크필드(보스턴)처럼 전문 너클볼러는 아니다. 그럼에도, 옥스프링의 설익은 너클볼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을 보면 너클볼에 대한 야구팬들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나 큰지를 알 수가 있다. 그만큼 너클볼 투수가 귀하기 때문이다.

팬들의 환영을 받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너클볼 투수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성적 위주의 학원 야구도 그렇지만, 다양성을 이해하는 여유가 없기는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도 웨이크필드와 같은 전문 너클볼러를 꿈꿨던 투수는 있었다. 프로 원년 박철순이나 최근의 옥스프링과 같이 드문드문 던지는 게 아닌 오로지 너클볼로만 승부를 하기 위해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까지 한 선수. 바로 현대와 KIA를 거치며 선수생활을 했던 장정석이 그 주인공이다.

1995년 현대에 입단했지만 6시즌 동안 백업 야수로 활약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던 장정석은 2002년 KIA로 트레이드가 되자 이듬해 투수로 전향한다.

중학교시절 투수였던 장정석에게 투수는 낯선 보직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정석은 일반적인 투수가 아닌, 전문 너클볼러가 되고자 투수로 전향했다. 어릴 적 장정석의 꿈이 너클볼 투수였다고 한다. 장정석은 우상이었던 박철순의 너클볼에 반해 중학시절 혼자서 너클볼을 익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너클볼 전문 투수가 되고자 했던 장정석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3년 후반기부터 투수로 전향한 장정석은 2004년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본격적인 너클볼을 선보였지만 일단 포수가 그의 공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전담 포수를 요구할 처지도 아니었다.

또한, 너클볼에 자신이 생기자 좀 더 완벽한 너클볼을 던지고자 구속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문제가 됐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나타내던 김성한 감독은 시속 10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린 볼을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수 전향으로 말미암은 잔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한국 최초의 전문 너클볼 투수를 꿈꾸었던 장정석은 연습경기에서만 너클볼을 던지고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허무하게 막을 내렸지만, 당시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장정석의 너클볼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여건이 허락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던지기도 어렵고 받기도 어렵지만 때리기는 더욱 어려운 ´마구´너클볼. 최근 옥스프링의 너클볼을 보면, 한국 최초의 전문 너클볼러를 꿈꾸었던 장정석의 무모했지만 아주 특별했던 도전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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