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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어느 나라 영화야?"…글로벌 프로젝트, 국적 넘는 교감이 관건


입력 2022.04.04 10:50 수정 2022.04.04 08: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드니 데르쿠르 감독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 관심, 연출 영광"

'배니싱: 미제 사건' 안에는 한국어, 영어, 불어 세 나라의 언어가 등장한다.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최무성 등이 출연하고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촬영됐지만, 이 영화의 국적은 프랑스다. 메가폰도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잡았으며 국내 배급사가 수입을 맡았다. 프랑스 영화지만 기획 단계부터 한국 촬영과 한국 배우들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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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싱: 미제사건'은 홍보를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영화의 국적을 따로 내세우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한국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과 관심을 받아왔고, '배니싱: 미제사건'도 명맥을 이어 관심과 관객을 유입하기 위해서다.


연출을 맡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콘텐츠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배니싱: 미제사건'의 연출 의뢰를 받았을 때 당연히 하겠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벌 프로젝트'는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애플TV+가 지난달 25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파친코' 역시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수 휴 작가가 합세했다. 외형을 보자면 한국 작품 같지만 애플TV+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다.


윤여정이 국내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만든 '미나리'도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배우들이 나오는 미국 영화였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꾼 이민자 가족의 애환을 담은 작품으로, 메시지는 국적을 뛰어넘었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호명될 때마다 국내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작사 영화사 집과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영화 '브로커' 촬영을 마쳤다.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수장을 맡은 한국 영화다.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등 한국의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코로나19로 제작 중단됐지만 김지운 감독은 프랑스 카날 플러스에서 제작하는 '클라우스 47'의 메가폰을, 임상수 감독은 열매 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제작사 2W 네트워크가 제작하는 누아르 '소호의 죄'를 연출한다.


과거에도 한국과 외국이 손을 잡은 프로젝트는 존재했다. 하지만 국적을 분명히 밝히면서 현지에서 제작하고 현지에서 개봉을 우선시했다. 박찬욱 감독은 20세기 폭스 자회사 폭스 서치라이트가 제작과 배급을 맡은 '스토커'를 연출했고 AMC, BBC One, The Ink Factory가 제작하는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했다. 김지운 감독은 '트랜스포머', '지. 아이. 조' 시리즈를 만든 디보니벤추리가 제작하고 대형 배급사인 라이온스 게이트가 배급한 '라스트 스탠드'를 할리우드에서 개봉시켰다.


한국 배우들이나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류로 인정받으면서 현지화가 아닌,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 됐다. 이에 국경을 뛰어넘은 만큼 관통하는 메시지와 정서를 얼마나 잘 조화롭게 녹여내는 것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파친코'의 경우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담백하게 담으며 모든 시기에 스며든 억압과 인종차별주의를 관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아쉽게도 '배니싱: 미제 사건'의 경우에는 프랑스와 한국의 스릴러 결합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평이다. 범인을 추리해나가며 긴장감과 반전의 요소로 몰아치는 한국의 스릴러 구조와는 달리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하는 공식이 스릴러의 묘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범죄의 단서인 장기매매, 신원 미상의 피해자 등은 국내 영화계에서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코드 일뿐더러 후반부 러브라인으로 귀결되는 주인공들의 감정선도 덜컹거린다. 또 형사 진호(유연석 분)가 범인 찾기로 분주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조카의 생일 선물로 금붕어를 사러 가는 설정, 한국의 도시 아래로 흘러나오는 샹송 역시 의아함을 자아낸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배우가 출연했으나 프랑스 감독이 바라본 이 스릴러 영화는 국내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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