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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 결혼 세 번의 사유…하이틴 스타, 은퇴, 모정(동치미)


입력 2022.03.06 14:27 수정 2022.03.06 14:48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한 배우 이상아 ⓒ이하 MBN 제공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한 배우 이상아 ⓒ이하 MBN 제공


‘속풀이 쇼 동치미’(진행 박수홍 최은경, PD 이소진, 작가 고보견, 이하 ‘동치미’)가 제대로 스타들의 응어리진 마음에 속풀이 역할을 했다.


5일 밤 11시 방송된 ‘동치미’는 책받침 스타 특집으로 꾸며졌다. 동치미의 마님 가운데 ‘국민 여동생’의 시조로 불리는 배우 임예진, 1980년대 파격적 화장품 광고와 미모로 등장한 배우 이혜숙은 기본. 다섯 살 나이에 활동을 시작해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으로 인기 가도를 달리며 청순한 이미지와 맑은 미소로 각종 CF를 섭렵했던 배우 이연수, 인형 같은 외모로 ‘한국의 피비 케이츠’로 불리며 500편의 광고를 촬영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이상아가 마님 대열에 합류했다.


'책받침 스타'로 출연한 가수 이성욱, 김승진, 박남정과 '속풀이쇼 동치미'의 터줏대감 박준규, 최홍림(왼쪽부터) ⓒ '책받침 스타'로 출연한 가수 이성욱, 김승진, 박남정과 '속풀이쇼 동치미'의 터줏대감 박준규, 최홍림(왼쪽부터) ⓒ

뿐만이 아니다. 1980~90년대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3명이 출연, 자신의 인기곡을 부르며 ‘동치미’를 콘서트 현장으로 만들었다. ‘널 그리며’의 대한민국 대표 춤꾼 박남정, ‘고교생 가수’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스잔’의 김승진, 유로파 댄스곡을 국내에 소개하며 조각 같은 외모로 주목받았던 3인조 그룹 Ref의 이성욱이 책받침 스타의 위용을 확인시켰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소재로 과거의 영광을 되짚어 본 스타들의 이야기는 그들과 함께했던 우리들의 추억을 소환시키며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속 시원한 ‘동치미’가 아니다. 진행을 맡은 최은경과 박수홍은 스타들이 인생에서 맞았던 최대 위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스타들은 감춰두었던 얘기들을 꺼내놓았다.


'엄마' 이상아 ⓒ방송 화면 갈무리 '엄마' 이상아 ⓒ방송 화면 갈무리

그 가운데 배우 이상아의 이야기는 스타 인생의 희로애락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상아는 연기학원 등록을 위해 오디션 보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 강남 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본인은 덜컥 합격했다. 지난 1984년 광고 모델로 데뷔했고 바로 드라마 감독의 눈에 띄어 ‘TV문학관’에 동자승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 김혜수, 하희라와 함께 ‘책받침 스타’ 3대 트로이카로 각광 받았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원하는 영화, 드라마, CF에 눈코 뜰 새 없이 출연했다.


그렇게 계속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라 자타가 공인했던 이상아의 연예계 생활은 ‘사생활’로 완전히 무너졌다. 음주운전, 도박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었다. 단지, 이혼을 했을 뿐인데 이상아와 이혼은 연관 검색어로 붙어 다녔다. 함께 결혼하고 이혼해도 손가락질은 여자인 이상아에게만 몰렸다. 현재와는 다른 이혼에 대한 잘못된 의식, 편견의 희생자가 됐다.


이상아는 ‘동치미’에서 자신의 3번의 결혼에 대해 그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첫 번째 결혼,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이 있었지만 ‘결혼을 서두른’ 배경에는 배우로서의 고심이 있었다. 함께 출연한 선배 임예진과 이연수가 경험했고 공감하듯 어린이 배우의 성인 연기자로의 안착은 큰 숙제다. 이상아는 하희라와 이미연이 결혼을 통해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며 자신에게도 결혼이 같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단다. 당시 ‘미시족’이라는 말의 유행과 함께 ‘결혼은 여자 배우의 무덤’이라는 인식도 줄었으므로 결혼을 통해 안정적 배우의 길로 들어서고자 했다. 뭐든 뜻하는 대로 되면 인생이 아니다. 서둘렀던 결혼은 성격 차 등의 갈등으로 금세 끝이 났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었던 이상아가 첫 번째 실패를 결혼에서 맞닥뜨렸다. 이상아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신문사에서 기사가 나왔는데 당시에는 여배우가 이혼하면 무슨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여겼다. 이혼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서 CF는 물론이고 드라마도 줄줄이 취소되고 작은 역할조차 캐스팅이 안 됐다. 설령 캐스팅되더라도 내가 무슨 연기만 하면 ‘슬퍼 보인다, 사연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쌓아 올린 많은 커리어가 이혼 하나에 다 무너졌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함이 극에 달했고 결국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의 반, 타의 반 맞이한 은퇴 상황. 인생 위기의 첫 번째 고비에서 충분히 숨을 골랐으면 좋았을 텐데, 이상아는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없나 봐요”라는 말로 곧 이어진 두 번째 결혼을 설명했다. 어려울 때 곁에서 위로해 주는 이에게 마음은 기울기 마련, 극단적 생각을 털고 “다시 살아봐야지” 하는 결심, 생애 첫 실패를 어서 지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상아는 소중한 딸을 얻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으로 회상했다. 그러나 남편의 사업 실패로 7억~8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됐고 결별을 맞이했다.


싱글맘이 된 이상아의 세 번째 결혼은 딸 아이에게 ‘아빠’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단다. 아이가 자라기 전에, 엄마 아빠가 다 있는 가정이 아이의 성장에 좋다는 생각에, 딸이 돌이 되기도 전에 결혼했다. 세 명이 한 가족을 이루어 10년을 잘 지냈다. 오로지 아이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모정을 읽을 수 있는 결혼, 이 또한 영원하지 못했고, 별거를 시작하고서도 대중의 시선이 두려워 3년을 숨기고 있다가 이혼을 알렸다.


'속풀이쇼 동치미'의 안방마님들 배우 이해숙, 임예진, 이연수(오른쪽부터) ⓒ '속풀이쇼 동치미'의 안방마님들 배우 이해숙, 임예진, 이연수(오른쪽부터) ⓒ

그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건데 세상은 세 번의 ‘결혼’이 아니라 세 번의 ‘이혼’으로 이상아를 기억했고, 계속되는 비난의 화살과 말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연예인이 아닌 자연인 이상아로 살면 나아지겠지, 나를 잊겠지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온갖 랭킹 프로그램에서 이혼 또는 하이틴 스타 관련 얘기가 나오면 순위에 올랐고, 연이어 초록 검색창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또, 과거 ‘이상아가 술집을 한다’는 색안경을 낀 소문이 퍼진 때도 있다. 온전히 내가 키워야 하는 딸과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bar)를 시작했고, 생업에 매달렸다. 이상아는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매장 인테리어도 내가 다 선택하고, 직원도 내가 캐스팅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여기가 내 무대다’라는 마음으로 연기하듯 일했다”. 선배 임예진도 “열심히 산다는 얘기 들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세간에서는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이상아는 “그래도 나 하나만 바라보는 딸을 보며 버티고 버티면서 20년을 살았다. 딸이 너무 착하다, 때로 친구 같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방송가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이혼했다는 이야기도 당당히 할 수 있고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세 번의 이혼을 겪으면서 솔직히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았고 힘든 일이 더 많았지만, 그로 인해 배운 것도 많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딸을 얻은 게 나한테 가장 큰 행운인 것 같다”고 소회했다.


'속풀이쇼 동치미' 방송 전경ⓒ '속풀이쇼 동치미' 방송 전경ⓒ

책받침 스타 시절의 얼굴형과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는 이상아는 ‘동치미’를 통해 미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이 지닌 재능에 비해 움츠린 모습을 보인 이상아는 “이제는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연기도 다시 하고 싶고, 예능도 많이 하고 싶고, 남의 눈치 덜 보고 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작은 역할 엄마 역할을 빨리 받아들인 게 연기 생활을 이어간 비결이라는 선배 이해숙의 충고, 이모나 고모 역할만 들어온다는 선배 임예진의 말에 “이상아는 엄마보다는 이모 분위기”라고 힘을 보탠 MC 박수홍의 응원이 곧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6일) 오후 3시 20분 재방송되는 MBN ‘동치미-책받침 스타 특집’ 편에서는 배우 이상아 외에도 다양한 스타들의 인생사를 들을 수 있다. 스타들을 뒤흔든 최고의 위기, 그때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에는 웃음도 눈물도 함께한다. 책받침 스타 아닌 ‘필통 스타’라고 주장하는 배우 박준규의 사연, 가수 이성욱이 ‘동치미’에서 처음 밝히는 Ref 탄생 비화, 여전히 작사 작곡에 몰두하며 음악인의 길을 가고 있는 김승진의 가슴 아픈 사부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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