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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VFX의 가능성②] “기술력, 할리우드 못 미치는 건 사실”…콘텐츠 ‘다양성’이 원동력


입력 2022.03.03 11:59 수정 2022.03.03 11:0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앞으로 선보여질 ‘K-콘텐츠+K-VFX’의 조합은 헐리우드와는 또 다른 형태의 기획이 될 것”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광활한 우주로,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미지의 달 세계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제작 기술 등의 한계로 국내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SF 장르였지만, 두 작품 모두 시나리오에 담긴 상상력을 실감 나게 스크린 위에 펼쳐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SF영화 불모지’라고 평가받던 것을 기분 좋게 뒤집은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시청자들의 강한 호불호를 유발하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두 작품의 스토리가 허술해 SF 장르적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의 ‘비주얼’에 대해서만큼은 ‘합격점’을 주며 한국 영화 VFX 기술의 진일보를 실감케 했다.


ⓒ영화 '해운대' '미스터고' 스틸 ⓒ영화 '해운대' '미스터고' 스틸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국내 영화에서 CG가 처음으로 활용된 것은 지난 1994년 개봉한 영화 ‘구미호’다. 주인공이 구미호로 변신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모핑’(어떤 사물의 형상을 전혀 다른 형상으로 서서히 변형시키는 기술)’이 활용됐다. 다만 이미 1970년대 CG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1991년 ‘터미네이터2’와 93년 ‘쥬라기 공원’을 선보인 할리우드와 비교해 그 한계만을 절감케 한 작품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발전을 이어갔다. 판타지 장르인 강제규 감독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년)가 흥행에 성공하고, 뒤이어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가 된 ‘쉬리’(1999년)에서 건물 폭파 장면 등을 VFX로 실감 나게 연출하면서 시각효과의 중요성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총알이 쏟아지는 장면이나 대규모 군중씬, 비행기 폭격 장면 등을 VFX로 구현, 전투 장면의 사실감을 높이기도 했다.


일부 장면의 현실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부가적 요소로 사용되던 VFX가 영화 ‘괴물’(2006), ‘디 워’(2007) 등을 거치며 영화 전반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괴물’은 국내 영화 중 처음으로 크리처(괴수)를 등장시킨 작품이었으며 ‘디워’는 대다수가 국내 인력으로 만들어진 크리처물이었다. ‘디워’의 CG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 시도만큼은 의미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 재난영화인 ‘해운대’(2009)와 ‘타워’(2012) 또한 국내 VFX 기술의 성장을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물 또는 불을 VFX로 표현하는 것은 VFX 작업 중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면서 기술발전을 실감케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해운대’에서는 총 3500컷 중 600컷에 달하는 분량을 CG로 완성하며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덱스터 스튜디오가 만든 2013년 영화 ‘미스터 고’다. 당시 1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털 한 올, 한 올이 살아있는 고릴라를 VFX로 만들어 내며 한국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받았다.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동물의 털은 물, 불과 함께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이며, 털은 물론, 동물의 움직이는 미세한 근육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야만 현실감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기술을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덱스터 스튜디오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영화에 나오는 장면의 약 90%에 CG를 사용하며 저승 세계를 스크린 위에 펼쳐냈고, ‘승리호’를 통해 시청자들을 우주 세계로 안내했다. 덱스터 스튜디오 진종현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는 디지털 캐릭터 제작을 비롯해 입체 영상, 디지털 군중, 디지털 환경 등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던 작품이다”면서 “그러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했고 VFX 팀에서는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물론 솔루션 확보 과정에서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것들을 소화하면서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지금의 기술력은 할리우드와 여전히 격차가 난다고 말한다. 모팩 스튜디오 손오형 본부장은 “여전히 격차는 있고, 해외로 기술을 배우러 나가고 싶어 하는 인력들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80%까지는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단계다. 하지만 들어가는 예산과 시간, 인력의 규모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 이상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남은 20%를 채우기 위해서는 사비를 들여 살을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 콘텐츠들의 다양성이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의 원동력이자 앞으로의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팩 스튜디오의 박영수 부사장은 “긍정적인 점은 ‘오징어 게임’, ‘지옥’과 같은 작품은 물론,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사이즈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기회들이 늘면서 경험치를 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비주얼웨이브 이성규 대표는 “앞으로 선보여질 ‘K-콘텐츠+K-VFX’의 조합은 대규모 예산과 인원으로 대표되는 헐리우드 VFX 시장과는 또 다른 형태의 기획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예로 디즈니+에서 공개될 ‘무빙’의 경우 당사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기술들로, 할리우드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액션과 시각효과를 준비하고 있다. 어설픈 답습이 아닌 신선함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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