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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성공 위한 조건은


입력 2022.02.22 14:01 수정 2022.02.22 14:0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7월 131개 공기업·공공기관 제도 시행

유럽 70년 역사에도 찬반 논란 여전

“교육 통해 노동이사 전문성 키워야”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노동이사제)이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노동이사제)이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7월부터 131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가 본격 도입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선임한 대표가 기관(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하는 것으로 향후 민간 기업으로 제도 확대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1950년대 독일에서 출발해 현재 유럽 19개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6년 서울특별시가 조례를 제정해 2017년부터 16개 산하 공공기관에서 부분적으로 운영 중이다.


유럽 경우 길게는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노동이사제이지만 여전히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9년 ‘노동이사제의 공공부문 도입 현황과 공공기관 도입 논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계량적 연구에서 기업 회계 신뢰도와 기업 성과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노동이사제는 유럽식 사회적 모델의 중요한 특징을 이루고 있으며, 제도화된 노사 공동결정제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용 동향과 주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특히 노동이사제가 기업의 생산성,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노동이사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독일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노동자의 지속적인 경영 참여, 즉 노동이사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독일 기업의 지배구조에서 노동이사회는 ‘감독’역할만 수행하기에 실제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독일의 경기침체 주요 원인이 노동이사제에 따른 경영 위축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국내에서 노동이사제를 최초 도입한 서울시도 비슷한 평가다. 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서울시 산하 공기업은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이후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사회의 폐쇄성을 개선하는 ‘메기 효과’도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와 경영진의 의견대립에 따른 피해를 주주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노동이사가 기업의 생존이나 주주이익, 공익보다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우선해 공기업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의견이 엇갈린다.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쪽은 노동이사의 역할, 권한 강화를 요구하고 반대 측에서는 중요한 경영적 판단에는 노동이사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이사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현재 노동이사들이 기존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노동이사가 일상적인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변춘연 상임의장은 “이사회는 이미 결정된, 정제된 안건만 들어오는 구조여서 노동이사 활동에 큰 의미가 없다”며 “이사회에 올라오기 전에 안건을 조정하는 단계, 산하 위원회 운영 등에도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각종 정보를 열람하거나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과 주장했다.


반대 측에서는 노동이사 권한 강화는 신속한 경영판단이 어렵게 되는 만큼 최소한 지배구조 재편이나 사업이전, 직제변동 등의 중요한 경영판단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이사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신속하게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경영판단 사안에 대해 노조 동의 때문에 지연되거나 공격적 결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최소한 지배구조 재편이나 사업이전, 직제변동 등의 중요한 경영판단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이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입법적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의 역할 강화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이사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에 대한 제도적 메뉴얼을 만들고 노동이사와 노조원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 재무제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경영 현실 변화에 대한 공감 능력도 키워야 한다.


노동이사 선출의 투명성도 보장돼야 한다. 노동이사제가 기관이나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만큼 노동이사 선출 방법이나 과정 등도 투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직종별로 노조가 있는 경우 조합원이 많은 직종이 노동이사를 독식할 확률이 높아 전체 노동자의 의사를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료원은 원내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노동이사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이사 본인이나 노조는 관심이 있지만 개별 기관 운영진, 담당자는 노동이사의 역할, 기능에 대해 이해가 낮은 경우가 많다”며 “노동이사와 이를 선출하는 직원, 노조원도 노동이사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충분한 사례를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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