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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스크린의 '킹메이커' 이선균이 말하는 신념


입력 2022.02.02 10:29 수정 2022.02.02 10:2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6일 개봉

차기작 '행복의 나라'

배우 이선균이 '킹메이커'로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에서 완벽한 선거 전략가지만 늘 그림자로 살 수밖에 없는 서창대로 분해 깊고 진한 얼굴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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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한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을 다시 불러내 목적과 수단이 상충하는 과정을 한국 근현대사로 가져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한 이 작품에 이선균은 빠르게 흡수돼 서창대를 그려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팬덤이 강한 영화잖아요. 그 현상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이들과 함께하는데 제가 굴러온 돌처럼 들어가도 될까란 우려도 있었고요. 워낙 팀워크가 잘 맞는 팀이라 그들끼리는 서로 알아가야 하는 시간들이 불필요했어요.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았고요. 제가 빨리 적응을 해야 했죠. 많은 분들을 비롯해 '불한당'의 팬덤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셔서 그게 제게도 큰 힘이 됐어요."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는 엄창록이라는 실제 인물의 기록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서창대는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차별을 받아왔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김운범과 손을 잡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반대 입장의 김운범과 부딪치며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대본을 받기 전에는 실존 인물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공부를 하려 해도 자료가 많이 없어서 최대한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야 했죠. 이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최대한 초점을 맞췄어요. 기록이 많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부담을 덜 가졌던 것 같아요."


엄창록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 연기하기는 자유로웠지만,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보다는 제가 앞에서 영화를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감정의 폭도 컸고요. 또 서창대의 20대부터 60대까지의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것도 걱정이 됐어요. 연령대에 맞춰서 어떤 톤으로 연기해야 할까 그 점을 가장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서창대가 가지고 있는 신념, 성공을 위해서라면 필요할지 몰라도, 김운범이 생각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 인물로 비칠 수 있다. 이선균은 서창대의 신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서창대는 이북 출신이고,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있는 시기를 살아온 사람이잖아요. 살면서 거기에 대한 공포를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매번 고민해야 했겠죠. 그리고 김운범이라는 인물이 갇혀있는 프레임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요. 김운범이 외치는 모든 말이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이지 않았을까요. 결과론적으로 어느 정도 서창대처럼 밀고 나가야 하는 정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위법이거나 선을 넘는 건 안되겠죠. 사실 잘 모르겠어요. 무엇이 옳은 건지.(웃음) 하지만 정치를 한다면 김운범, 서창대의 두 가지 입장 모두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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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는 지난해 개봉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밀려 대선이 얼마 안 남은 현재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이선균은 '킹메이커'를 통해 정치적인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마음이 없다. 오로지 극적인 재미 전달이 목표다.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킹메이커'의 영화로서의 매력이 반감될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다.


"개봉을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닌데 대선 시기와 겹치게 됐네요. 이 결정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오해가 풀릴 겁니다. 대선에 맞춰 개봉한 게 아니라 이제 정말 물러날 때가 없어서 개봉을 결정한 겁니다. 대선 지나서 개봉 시기를 잡는다면 또 언제 개봉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킹메이커'를 정치적인 색깔과 편견을 가지고 보진 않았으면 해요. 정치 이야기라기보단, 치열한 선거 속에 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게 맞아요."


'킹메이커'의 백미는 이선균과 설경구가 창과 방패처럼 팽팽하게 부딪치는 신념의 균열이다. 두 사람은 감정과 표현, 그리고 대사 전달력까지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다. 이선균은 공식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킹메이커'에 합류하게 된 이유로 설경구를 꼽아온 만큼, 연기하면서 큰 재미와 쾌감을 느꼈다.


"저는 그동안 롤 모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연중에 제 안에서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설) 경구 선배였어요. 저도 경구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서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편협한 시각도 없고요.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함께한 자체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서창대가 김운범의 선거 캠프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연설하는 장면은, 왜 서창대가 이선균이어야 했는지를 납득시킨다. 이선균 역시 이 장면을 가장 신경 쓴 연기였다고 털어놨다.


"저를 탐탁지 않아 하는 인물들을 동요시켜야 하는 미션이 담긴 장면이었죠. 처음에는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 올라가는 지문도 없었어요.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까 고민하다 템포나 톤을 변주하면서 쇼맨십과 거리감으로 밀당하는 부분을 첨가시킨다면, 길지 않은 신이지만 인상적인 연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나온 것 같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연기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선균 스스로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바로 체중관리였다.


"조금 더 샤프하게 나왔어야 했는데 예민하고 힘들어서 체중관리가 쉽지 않았어요. 제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외적으로 조금 더 날렵하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 타협한 게 부끄럽고 후회가 되네요."


이선균은 이 작품을 통해 변성현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다. 독특한 패션과 딱딱한 말투로 인해 오해도 했지만, 촬영을 할수록 자신의 선입견이라는 걸 깨달았고 자신의 색깔이 강한 면이 오히려 변성현 감독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의외로 진중하고 책임감도 강하더라고요. 변 감독의 장점을 솔직하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말해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손발을 맞춰본 팀들끼리는 빠르게 진행이 되는 거죠. 멋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자신만의 멋도 확실히 있어요. 그래서 어떤 영화도 변성현 감독 만의 스타일리시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킹메이커'는 두 남자의 신념을 말하는 영화다. 이선균이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도 궁금해졌다.


"현장에 필요한 배우가 되려고 해요. 자신의 연기를 확신하고 정답을 내려버리면 고여있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어떤 고민이 주어지고, 그 고민을 하면서 조금씩 채워져가는 걸 느껴요. 나이를 계속 먹으면서 현장과 같이 흘러가고 어우러지며 변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2022년, '킹메이커'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된 이선균, 그는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한국 영화시장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열심히 달릴 계획이다.


"'킹메이커'가 2021년의 마지막으로 남길 바랐는데 2022년 시작이 됐네요. '킹메이커'가 올해 첫 단추를 잘 꿰서 올해 나올 작품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곧 '행복의 나라' 촬영을 마치고 2월에는 영화 '잠' 크랭크인을 합니다. 이 작품들을 무사히 마치고 잘 개봉시키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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