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메모리 수요 견조...출하량 증대로 적극 대응
인텔 낸드 1단계 인수로 자회사 솔리다임 효과 기대
키파운드리 인수로 비메모리로 영역 확대·역량 제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가 올해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더해 올해 신기록 재경신에 나선다.
올 한 해 D램과 낸드 수요가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낸드사업 자회사 솔리다임과 8인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 효과로 올해도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한 SK하이닉스가 올해도 다시 신기록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시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42조9978억원과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4.8%와 147.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9%이며, 순이익은 9조6천162억원이다.
매출은 이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시기에 기록한 지난 2018년(40조4450억원)의 기존 최고치를 3년만에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20조8437억원) 이후 3년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호 실적은 반도체 공급망 차질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비대면(언택트)의 일상화로 정보기술(IT) 기기 판매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동반 증가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에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제품 공급에 나선 것이 주효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D램은 PC·서버 제품 등 응용 분야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업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DDR5 등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품질 경쟁력도 끌어올려 매출과 수익성의 동반 상승이 이끌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한 낸드 사업에서도 128단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판매량 증가율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올해는 주력인 메모리 시장 환경이 더욱 좋을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데다 불확실성 요인인 공급망 이슈도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탄력적인 대응 전략으로 변동성을 축소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28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 시장 수요 성장률은 10% 후반을 예상한다”며 “시장 성장률 수준의 출하량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D램 시장 성장은 서버용 제품이 주도해 올해 서버용 D램 수요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20%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5세대이동통신(5G) 네트워크 확대, 서버 교체 수요, 하반기 DDR5 지원 중앙처리장치(CPU) 채용 확대 등으로 고사양 서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낸드 수요 성장률도 약 30%에 이를 것이라면서 수요 성장률을 상회하는 출하량 증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낸드 사업은 규모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출범한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 추가돼 올해 전체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노 사장은 “향후 기술 제품개발 선도하며 업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기존 낸드사업과 솔리다임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통합 낸드사업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단행한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역량 제고도 기대되고 있다.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 기업들로부터 제조를 위탁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200㎜)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 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며 과거 한몸이었던 회사를 다시 찾아 온 SK하이닉스로서는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의 영역 확장과 역량 강화를 동시에 꾀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회사는 이미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파운드리 자회사로 츨범시키며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키파운드리 인수로 SK하이닉스가 DB하이텍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파운드리 업체로 올라서고 전 세계적으로는 10위권 업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불과한 비메모리 사업 비중 증가로 이어질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D램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큰 SK하이닉스로서는 올해부터 낸드 실적 증가로 메모리 내 균형을 맞추고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로 비메모리로의 경쟁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최대 실적 재경신 도전과 함께 각 사업별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의 사업 환경에 긍정적 요인이 많다보니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긍정적인 실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치로 매출 59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9조2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지나치게 높은 D램 의존도로 인해 리스크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낸드와 파운드리 비중 확대로 이러한 의존도를 해소해 나가는 원년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