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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엄마 보러 갔다 올 걸, 이렇게 또 후회하지 않을 것"…설 연휴 앞둔 시민들


입력 2022.01.28 00:14 수정 2022.01.25 21:5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김부겸 총리 "설 고향 방문 자제해달라…방문하려면 3차 백신접종 당부"

'사람인' 조사 50.6% 이번 설 연휴 "귀성할 것"…"시민들, 더는 미루기 어렵다 판단"

"할머니 갈수록 노쇠해지셔서 마음 아파…명절까지 '가족의 정'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해"

"부스터샷 맞는다고 오미크론 걸리지 않나?…방역수칙은 총리가 어기면서 시민들은 고향 방문 자제?"

2020년 서울역에서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한복을 입은 남매가 가족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020년 서울역에서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한복을 입은 남매가 가족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설 연휴 기간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또다시 당부하자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방역 지침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반복되는 정부의 '연휴 이동 자제령'을 '과도한 통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김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말 송구스럽지만, 이번 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총리는 부득이하게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면 3차 백신 접종과 진단 검사를 반드시 해줄 것도 요청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번 설 연휴 고향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044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50.6%가 "귀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인 측은 "코로나19가 이미 장기화된 상황으로 더는 귀성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직장인들이 이번 설에는 귀성길에 많이 오를 것 같다"고 분석했다.


3차 접종을 마쳤다는 자영업자 김모(50)씨는 2년 전 고향집을 다녀온 뒤로 부모님의 얼굴을 뵙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연휴 이동 자제령'을 권고하면서 고향에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그때 차라리 엄마 보러 갔다 올 걸, 이렇게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도 연로하신 만큼 이번 설에는 꼭 다녀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는 이어 "오미크론은 병증도 기존 코로나보다 5분의 1 정도로 약하다 하고, 이젠 각자 알아서 스스로 조심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통제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설 명절 물가 및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한 먹거리를 시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20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설 명절 물가 및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한 먹거리를 시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번 설에 여든이 넘은 할머니를 찾아뵐 계획인 정모(28)씨도 "할머니 연세가 이제 85세이시고, 갈수록 노쇠해지시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며 "명절까지 뵙지 못하면 가족의 정을 느낄 새도 없고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취지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백신 2차 접종을 한 사람이 85%가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 명절에 가족을 보지 말라는 강요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맞으면 마스크를 벗게 해주겠다는 말에 백신 부작용을 감수하고 백신을 맞았다. 방역패스와 거리두기까지 지키라는 건 모두 지켰다. 국민들은 정말 할 만큼 한 것 같다"며 "그런데도 확진자는 줄지 않고 정부는 매해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설날은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뵐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씨는 "부모님 뵌 지 1년이 넘었다.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해도 고깃집에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있고, 백화점에도 바글바글한데 왜 1년에 한 번뿐인 설 연휴 이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고, 부스터샷 맞는다고 오미크론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이제 코로나와 관련해 기로, 자제, 송구, 분수령, 전환점 이런 말 듣기도 지친다"며 "차라리 질병청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가족 백신 현황이나 공개하면서 백신 권유를 하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감출 건 다 감추고 방역수칙은 총리가 어기면서 시민들에겐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니, 이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겠는가"라고 비난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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