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총리 "설 고향 방문 자제해달라…방문하려면 3차 백신접종 당부"
'사람인' 조사 50.6% 이번 설 연휴 "귀성할 것"…"시민들, 더는 미루기 어렵다 판단"
"할머니 갈수록 노쇠해지셔서 마음 아파…명절까지 '가족의 정'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해"
"부스터샷 맞는다고 오미크론 걸리지 않나?…방역수칙은 총리가 어기면서 시민들은 고향 방문 자제?"
설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설 연휴 기간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또다시 당부하자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방역 지침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반복되는 정부의 '연휴 이동 자제령'을 '과도한 통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김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말 송구스럽지만, 이번 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총리는 부득이하게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면 3차 백신 접종과 진단 검사를 반드시 해줄 것도 요청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번 설 연휴 고향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044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50.6%가 "귀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인 측은 "코로나19가 이미 장기화된 상황으로 더는 귀성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직장인들이 이번 설에는 귀성길에 많이 오를 것 같다"고 분석했다.
3차 접종을 마쳤다는 자영업자 김모(50)씨는 2년 전 고향집을 다녀온 뒤로 부모님의 얼굴을 뵙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연휴 이동 자제령'을 권고하면서 고향에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그때 차라리 엄마 보러 갔다 올 걸, 이렇게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도 연로하신 만큼 이번 설에는 꼭 다녀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는 이어 "오미크론은 병증도 기존 코로나보다 5분의 1 정도로 약하다 하고, 이젠 각자 알아서 스스로 조심해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통제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설에 여든이 넘은 할머니를 찾아뵐 계획인 정모(28)씨도 "할머니 연세가 이제 85세이시고, 갈수록 노쇠해지시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며 "명절까지 뵙지 못하면 가족의 정을 느낄 새도 없고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취지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백신 2차 접종을 한 사람이 85%가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 명절에 가족을 보지 말라는 강요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맞으면 마스크를 벗게 해주겠다는 말에 백신 부작용을 감수하고 백신을 맞았다. 방역패스와 거리두기까지 지키라는 건 모두 지켰다. 국민들은 정말 할 만큼 한 것 같다"며 "그런데도 확진자는 줄지 않고 정부는 매해 같은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설날은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뵐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29)씨는 "부모님 뵌 지 1년이 넘었다.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해도 고깃집에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있고, 백화점에도 바글바글한데 왜 1년에 한 번뿐인 설 연휴 이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고, 부스터샷 맞는다고 오미크론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이제 코로나와 관련해 기로, 자제, 송구, 분수령, 전환점 이런 말 듣기도 지친다"며 "차라리 질병청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가족 백신 현황이나 공개하면서 백신 권유를 하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감출 건 다 감추고 방역수칙은 총리가 어기면서 시민들에겐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니, 이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겠는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