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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꾸밈없는 진심·우직' vs 李 '따뜻함·활동성'…물오른 '패션 대전'


입력 2022.01.22 00:14 수정 2022.01.22 11:01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정장 3벌로 모든 일정 소화하는 尹…소박함·검소함 강조

국민의힘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간다"

시간·장소·상황 맞춰 새로운 패션 선보이는 李…유연함·젊음 강조

민주당 "유능함과 안정감 부각, 통합정신 보여주는 매치로 매력 압축 표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데일리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데일리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선거전의 과열 양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패션과 스타일을 통한 대선 후보들의 '이미지 메이킹'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선 후보의 패션·스타일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후보의 철학을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킨다. 후보가 지닌 장점은 더욱 부각되고 단점은 희석된다.


아직까지도 여론조사 선두가 수시로 바뀌고 중도층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스타일링에는 각 캠프의 선거 전략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1월 한 달, 한결같은 패션으로 유세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1월 한 달, 한결같은 패션으로 유세에 나서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윤석열 후보의 패션 키워드는 '꾸밈없이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진실한 모습'이다. 윤 후보는 최근 45일 동안 무채색 콤비 재킷 3벌과 기본 정장 3벌만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점퍼는 1벌밖에 없고 넥타이도 8개만 사용한다.


이는 윤 후보 고유의 정체성인 '소박함‧검소함‧우직함'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아울러 윤 후보의 대표적인 표어인 '법치수호'와 '정권교체' 프레임과도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격식을 크게 따지지 않고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은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데도 한몫 하고 있다. 검사 시절 윤 후보는 외압에 굴하지 않고 오롯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강골'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제는 전 국민과 소통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라이벌인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는 의도도 분명하다. 일정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복장으로 등장하는 이 후보에 대비시켜 국민들에게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한발 더 다가감으로써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설명이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 기장군 동해선 광역전철 일광역에 도착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 기장군 동해선 광역전철 일광역에 도착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패션 전략이 기성 보수 정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거리를 둠으로써 중도층 지지율을 잡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객관적으로 세련미가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퍼스널이미지연구소 강진주 대표는 "그동안 정통 보수 정치인들은 대부분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추는 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윤 후보는 반대"라며 "강남 서초구, 검찰, 부인 김건희씨가 주는 특유의 강한 이미지를 자신의 소탈한 스타일로 희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이어 "원래 윤 후보가 정통 보수 정치인이 아닌 점과도 일맥상통하면서 중도층 잡기에 좋은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옷을 크고 딱딱하게 입는 낡은 스타일은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아이미지테크 연구소의 정연아 대표는 "그동안 법조계에는 '외모를 너무 꾸미면 내적으로 실력이 없어 보인다'는 풍토가 있었는데, 윤 후보도 여기에 영향을 받은듯 하다"며 "윤 후보는 신뢰와 믿음을 주는 관상인데, 복장과 메이크업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디.


1월, 각종 유세에서 다채로운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1월, 각종 유세에서 다채로운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이재명 후보의 패션 키워드는 '따뜻함과 신뢰감의 공존'이다. 윤 후보와 달리 이 후보는 최근 45일 동안 매 자리마다 겹침 없는 새로운 복장을 선보였다. 그가 가진 정장은 12벌, 콤비 12벌, 점퍼도 10벌이 넘고 넥타이도 20개 이상이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스타일링·이미지 컨설팅' 비용으로만 8600여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베이지, 블루, 그레이 계열 의상을 선호하고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컬러를 선정한다. 복장의 질감과 패턴 변화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무채색 외에 아이보리‧에메랄드‧청록‧카키 등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컬러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이와 함께 클래식 정장 등으로 이 후보의 강점인 유능함과 안정감을 돋보이게 하고, 통합정신을 보여주는 타이와 매치시켜 후보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패션이 '유연함'과 '젊음'을 중심으로 윤 후보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연아 대표는 "이 후보는 TPO에 따라 굉장히 옷을 잘 입는다. 일례로 게임산업 현장에 갔을 때는 니트티나 폴라티를 입고가 현장의 분위기에 맞추고 전문성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며 "오늘 만나는 상대를 대단히 신경 썼다는 신뢰감과 더불어 활동적이고 유연한 이미지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후보가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히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거친 이미지'를 부드러운 느낌의 패션으로 희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인들이 잘 입지 않는 회색 패션을 자주 선보이고, 맨투맨 티셔츠나 니트류를 입는 것도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후보는 대장동 등 여러 논란이 있는데 그동안 보여준 세련된 패션 감각이 논란을 약화시킨 측면이 분명 있어 보인다"며 "클린턴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패션 매력으로 약점을 극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결국 인간은 보이는 것 그대로 보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미지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만 해도 하얗던 백발을 다시 검게 염색한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후보는 '투사'로서의 거친 이미지를 하얀 머리로 희석했는데 다시 검게 염색한 것은 대선 정국에서 행동력·추진력·실천력을 어필하고 타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윤 후보와 비교해 젊다는 점도 부각시켜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층의 호감을 사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강진주 대표는 스타일링만 놓고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당이 서로 바뀐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는 과거 보수 정치인들의 세련됐던 모습을 추구하고 있고, 반대로 윤 후보는 진보 진영 정치인들의 수수한 모습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기존 지지층인 '집토끼'보다도 중도층과 부동층인 '산토끼'를 잡으려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전 세계 리더들, 국가 원수들의 인물이 굉장히 좋다. 인물이 좀 딸려도 정치력·실력만 좋으면 됐다는 예전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며 "대통령 후보들이 외형을 가꾸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국격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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