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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레미콘' 퇴출한다더니…부적합 적발에도 손놓은 국토부


입력 2022.01.23 06:17 수정 2022.01.21 20:53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지난해 3월, 품질관리 강화방안 발표

화정아이파크 레미콘 업체 10곳 중 8곳 '부적합' 지적

"대책만 그럴 듯…후속조치 없어 현장선 부정 만연"

전문가 "광주 사고, 정책 미이행에 대한 치부가 드러난 것"

광주시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한 국토교통부도 사실상 이번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뉴시스 광주시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한 국토교통부도 사실상 이번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뉴시스

광주시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한 국토교통부도 사실상 이번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불법 레미콘 사용 근절을 위한 품질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붕괴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대다수가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버젓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토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국토부는 건설현장의 부적합한 레미콘 사용 근절을 위해 원자재, 제조공장, 현장공급 전 단계에 걸쳐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품질검사 및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부정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골재 품질관리 강화 및 신뢰성 제고 ▲레미콘 제조공장의 생산정보 위·변조 방지 및 배합정보 실시간 제공 ▲자재공급원 품질관리 여부 일제 점검 ▲위법행위 적발시 KS인증 취소 등 처벌강화 ▲현장 반입 레미콘 품질검사 강화 ▲불량자재에 대한 즉시 반품 및 불량자재 폐기 확약서 징구 ▲품질관리 업무 수행 전문성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해 5~7월 전국 레미콘 생산공장 259곳에 대한 품질관리 실태점검도 실시했다. 그 결과 227개 공장에서 604건의 부적합 사항이 적발됐으며 여기에는 이번 광주 붕괴사고 현장에 참여한 A업체도 포함돼 있었다.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은 2020~2021년 국토부 실태 점검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뉴시스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은 2020~2021년 국토부 실태 점검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은혜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은 2020~2021년 국토부 실태 점검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A업체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두 차례나 지적사항이 발견된 업체다.


구체적으로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비율을 맞추지 않은 업체 3곳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는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가 3곳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 3곳 등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들 업체에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부분 부적합 물량 폐기 및 시정조치 경고 등을 받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그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그럴듯한 대책을 내놔도 현장에서 실제 이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일부 업체에서 저지르던 부정이 문제 없이 넘어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업계 전반의 관행처럼 굳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레미콘 차량에 호스를 끌어와 그대로 물을 부어버리기도 하고 시공사에서 발주 넣은 대로 서류만 꾸미고 이상하게 배합한 레미콘을 제조해 납품하기도 한다"며 "10% 정도만 법을 위반했다면 정부에서도 강하게 처벌을 내리겠지만 100%가 위반했다면 건설업 전체가 멈춰버릴 텐데 정부도 대안 없이 무작정 처벌을 내리지 못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사고를 두고 실효성 없는 정책과 처벌에만 집중한 대책이 이어진 데 따른 책임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사고 책임자를 가려 처벌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데 법 규정을 마련하고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된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한다"며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는 품질관리 강화 등 정책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치부가 드러났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대책은 전문성이 없고, 그럴싸한 대책이 나오더라도 현장에 적용할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사고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레미콘 업체 점검 당시 나왔던 지적사항은 즉시 시정할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심각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붕괴사고 조사 결과 레미콘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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