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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문화가 부른 또 하나의 비극 [이한나의 하면한다]


입력 2022.01.21 07:07 수정 2022.05.11 21:45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서 철거 중인 5층 건물 무너져 17명 사상자 발생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시공업체 무리한 철거 등 원인

지난 11일 같은 시공사의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1명 사망 상태로 발견…남은 실종자 5명 여전히 수색 중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지상 39층짜리 건물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붕괴해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연합뉴스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지상 39층짜리 건물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붕괴해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부지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그 앞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이 사고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를 수사한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시공업체의 무리한 철거, 감리·원청 및 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상 39층짜리 건물 23∼38층 일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되고 1명이 다쳤으며. 실종자 가운데 1명은 사망한 상태로 지난 14일 시신이 수습됐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됐다.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10곳 중 8곳이 콘크리트 재료 관리 미흡으로 국토교통부에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적발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부실공사와 관리미흡의 정황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일부 건설업계자와 전문가들은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공기(공사기간) 단축 등 공사현장의 무리한 작업 지시를 지적했다. 영하의 날씨에는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는 철근이 콘크리트에 제대로 붙지 못하는데도 지난해 12월, 눈이 내리는 날에도 콘크리트를 타설을 강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는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됐던 땅을 급속도로 발전시키며 최단기간 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하기도 했다. 어쩌면 국내는 압축적 경제성장 속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더 고착됐는지도 모른다.


습관화 된 '빨리빨리' 문화를 산업현장에서 적용하면 안 됐었다. 앞으로 사람이 살아가야 할 장소를 짓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던 인부들이 일하던 장소였다. 빠른 완성이라는 잘못된 목표 때문에 생명과 연관돼 있는 공간을 만들다가 또 다른 인재를 불러왔다.


안전 불감증의 사회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인지한다면 안전은 최우선적인 가치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된다는 옛 속담의 반만이라도 따라가길 바란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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