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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MBC!”


입력 2022.01.17 08:05 수정 2022.01.17 08:05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건희 똑똑함만 광고해준 셈이 된 헛방 몰래 녹음 방송

전문직 여성 평균 이상 정치 감각과 핵심 의혹들까지 해소

MBC 편법 녹취 보도 金 살려준 결과...“고마운 사필귀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혹 몇 개 더 붙이려다가 있던 혹들만 떼어줬다.


공영방송(그런데, 공영방송 맞나?) MBC가 기자인지 뭔지 한 진보 유튜브 종사자(자기네가 부르는 직함은 촬영 기자)의 몰래 통화 녹음테이프를 받아 튼 결과가 참담하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예상됐던 역풍 이상의 쓰나미가 덮쳐들고 있는 양상이다.


집권당 후보 이재명 쪽은 침묵하고 몰래 녹음 당한 당사자 김건희의 남편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 쪽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尹의 얼굴에 먹칠을 해줄 몇 마디를 학수고대했으나 반대로 틀린 말 하나 없는 똑똑하고 야무진 말들만 나왔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생각치도 않았던 월척들이 낚이자 비열한 방법을 동원한 폭로 기획이 부른, “고마운 사필귀정”이라며 반기고 있다. “땡큐, MBC!”라는 것. 세상일은 언제나 이렇게 귀결이 된다.


‘김건희 7시간’ 방송이 예고되면서 그 내용보다 더 걱정스럽고 의문이 들었던 건 그녀의 판단력과 처신 문제였다. 어떻게 대통령 후보 부인이란 여자가 이름도 없는 진보 매체 남자와 7개월에 걸쳐, 그것도 공식 보수 정당 후보로 확정된 최근 12월까지 52차례나 통화할 수가 있냐는 것이었다.


외모도 빼어나고 음성도 깨끗해서 자랑스러움을 느꼈던 보수 지지자들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또 MBC가 야비하게 또 다른 ‘생태탕’ 방송을 한다고 욕은 퍼붓더라도 그녀에 대한 답답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실망은 이명수라는 자가 처음 김건희 모친 최은순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기꾼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접근했다는 배경 보도에 조금 누그러졌다.


사기꾼 방식의 시도에 사이비 언론 특유의 떡밥 던지기 수법에도 김건희는 속아 넘어갔다. 하지만 속인 놈이 나쁘지 속은 사람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건희가 사기꾼과 친해져 누님, 동생하며 혹시라도 동네 아낙 수준의 대화를 했거나 윤석열과 보수 진영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말을 쏟아냈다면, 속아서 그랬을지언정 용서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도 골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무슨 말인들 못하는가?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도 했을 것이고 문재인도 하고 있을 막말을 국민들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그들도 사람이다. 육영수 또한 성녀가 아니다. 그녀도 여자고 아줌마였을 것이다.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국화 같은 현모양처 국모 이미지만 전해 받았을 뿐이었다. 그 이미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김건희는,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무척 다행이고 진보 지지자들에게는 몹시 허탈하게도, 찜질방 수다보다는 격이 훨씬 높은 대화를 했다. 조국 수사, 남편의 정치 참여, 박근혜 탄핵, 안희정 미투 등에 관한 그녀의 시각과 관점은 지극히 상식적인 동시에 중립적인 냉철한 논객들 같은 예리함마저 있었다.


“조국 수사는 크게 펼칠 게 아니었는데, (진보 진영이) 검찰을 너무 공격해서 싸움이 나 커진 것이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다. 문재인 정권이 (남편을) 키워줬다. 대통령 후보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박근혜를 탄핵한 것은 보수다.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나 문재인이 탄핵 시켰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내에서 탄핵 시킨 것이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미투는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터뜨리면서 (안희정을) 잡자고 한 것이다. 안이 불쌍하다. (여자가) 소리를 질렀나, 뭐했나? 둘이 좋아서 한 것인데……. 나랑 우리 아저씨(남편)는 안희정 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크게 틀린 말은 없다. 전문직 여성들의 평균적인 수준 이상 정치 감각과 식견을 보여준다. 일부 언론과 저쪽 진영에서는 그녀의 선거 운동 개입을 비판하는데, 이건 웃기는 소리다. 밤에 같이 자는 후보 배우자가 개입하지 않으면 누가 개입하나?


김건희는 쥴리 근무와 양모 검사와의 동거설을 말끔히 정리하는 의외의 수확도 거두었다.


“나는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책을 읽거나 도사들과 ‘삶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그런 것(유흥업소)은 안 맞는다. 쥴리를 봤다는 증언자(안해욱)는 인터뷰를 자꾸 할수록 좋다. 그러면 오류가 드러날 테니까……. 내가 뭐가 아쉬워서 부인 있는 유부남하고 동거하겠나? 돈도 많은 우리 엄마가 왜 귀한 딸을 유부남에게 팔겠나? (해외여행은) 패키지로 놀러 간 것이다. (양 전 검사) 사모님도 가려다가 미국 일정 때문에 못 갔다.”

아마도 이재명 진영은 이와 같은 MBC의 결과론적인 김건희 살리기 방송에 허무해 하고 있을 것이다. 기대한 한 방은 터지지 않고 원치 않은 여러 방이 터졌으니까…….


MBC의 헛방에 불만인 사람들은 보수 쪽에도 있다. 국민의힘 경선 불복자 홍준표다. 녹취록 중에 김건희가 이명수더러 그를 까는 예리한 질문을 하라는 대목이 나온다. 홍준표는 이것보다는 윤석열을 몰락시키는 말이 안 나온 게 더 화났을 터다.


그래서 “변죽만 올리고 시청률 높이는 장사만 했다”고 비난했다. 참으로 그 다운 못난이 반응이다. 이 사람에게는 윤석열이 망해서 정권교체가 실패해야 정의다.


‘총괄’ 직함을 얻기 위해 그토록 밀당을 했던, 윤석열 선대위에서 해고된 김종인도 김건희의 “그 양반은 원래 오고 싶어 했다. 먹을 게 있으니까......”라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김건희 7시간’이 여러 사람을 죽이고 살렸다. 그 살린 이들 중에는 안희정뿐 아니라 그녀 자신과 남편도 들어 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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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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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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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레스룸 2022.01.17  10:56
    걸 크레쉬 김건희 ~~~ 므찌다~  팬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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