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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예능의 적나라한 범죄 재연,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2.01.17 11:05 수정 2022.01.16 18:0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미친사랑X’ 범죄·살인 사건 드라마 재구성

충격적 줄거리와 자극적 비주얼 우려의 목소리

실제 범죄 사건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서 전달하거나,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범죄 예능이 예능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시사, 교양이 담당하던 범죄를 예능의 영역에서 다루며 흥미와 의미 모두를 다 잡으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흥밋거리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TV조선 캡처 ⓒTV조선 캡처

현재 SBS에서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방송 중이다.


역사적 사건은 물론, 각종 범죄 사건들을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며 흥미를 유발했다. 때로는 기억하거나 알아야 할 사건들을 상기시키며 범죄 예능의 긍정적인 면을 느끼게도 했다. 시즌1, 2 모두 높은 시청률과 내용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정규 편성을 확정, 현재 시즌3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치는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도 현재 시즌2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9일 첫 방송에서는 법정 증인 보복 살인 사건,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사망 사건, 양양 일가족 방화 살인 사건 등을 재조명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예리한 분석, 인권 변호사 서혜진의 법에 대한 이야기, 사회부 기자 출신의 소설가 장강명의 날카로운 시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선과 의견들이 더하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게도 해준다.


프로그램이 다루는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유쾌하고 흥미롭게 전달하더라도 중요한 순간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면, 위 프로그램들처럼 범죄 예능이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최근 방송 중인 범죄 예능에 대해 “‘알쓸범잡’과 ‘꼬꼬무’까지는 심각한 문제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재미, 교양, 전문성, 시청자들을 위한 안전장치 등에 대해서 나름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 모습이 충분히 보였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며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인 범죄와 예능을 합친 ‘범죄 예능’ 이란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선한 ‘포맷’이 만들어져 ‘선’을 지키면서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사건, 사고들을 소개하거나 이야기 형태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감 나는 재연을 통해 이를 부각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친사랑X’으로가 그 예다.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어지는 범죄·살인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해 범인과 심리를 추리하는 치정 스릴러 예능이라고 소개된 ‘미친사랑X’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재연을 통해 드라마 형식으로 전달한 뒤 이를 두고 전문가, 출연진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19세 이상 시청가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속인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엄마의 사연, 이모부와 성노예 계약서를 작성한 조카의 사연, 농약으로 만든 환으로 남편들을 독살한 아내의 사연 등 각종 충격적인 사건들이 재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티빙에서는 데이트 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매매 등의 사건을 다루는 크라임 팩츄얼 드라 ‘지켜보고 있다’가 공개되기도 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건이지만 그 내막은 잘 모르는, 그런 범죄 사건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CCTV 형식으로 표현된 재연 드라마로 사건에 대해 설명한 뒤 전문가들의 분석과 견해를 전달했었다.


사건에 대해, 혹은 전문가의 분석을 더욱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라고도 여길 수 있으나, 타 범죄 예능들에 비해 피해 과정이 상세하고, 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우려의 지점이 되고 있다. 충격적인 줄거리와 시각적인 비주얼들이 강조돼 전달이 되다 보니, 전문가의 이야기보다는 내용 전달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 교수는 ‘미친사랑X’에 대해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던 ‘범죄 예능’ 이라는 장르를 ‘사건과 실화’ 수준으로 변주시켜 ‘범죄 쇼킹 예능’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하며 “형식적으로는 관련 전문가들을 패널로 초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긴 하지만, 그 부분은 사실 미미하게 보이고, 결국은 때로 피가 낭자할 정도의 쇼킹한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말초 욕구를 건드리겠다는 것이 주요 노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당 프로그램의 19세 이상 관람가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과연 19금,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을 걸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현실적으로 차단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충격적인 줄거리, 각종 짤, 밈을 비롯한 콘텐츠 일부는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모든 콘텐츠 제작자에게 EBS 등 공영방송에 준하는 기준을 요구할 수는 없겟지만, 종편이나 케이블의 선정성과 청소년 등 일부 계층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해서는 공론화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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