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허드렛일 취급받던 도슨트, 어쩌다 ‘티켓파워’까지 갖게 됐나


입력 2022.01.13 14:09 수정 2022.01.13 17:1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도슨트계의 아이돌' 정우철 도슨트, 평상시보다 관객 2배 이상 몰려

"도슨트 활약, 전시 재관람 풍토 이끌 것"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라는 단어는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당시엔 도슨트는 직업이라기 보단, 자원봉사자나 허드렛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대중들에게 익숙했던 ‘큐레이터’(curator)와 비교해도 확연히 인지도가 떨어졌다. 사실, 그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터다.


ⓒ정우철 도슨트 SNS ⓒ정우철 도슨트 SNS

때문에 남성보다는 주로 여성 도슨트의 비율이 높고, 젊은이보단 고령의 도슨트가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전시해설가로서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오거나, 해당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미술에 대한 정보를 익힌 실력 있는 도슨트들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대중의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예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도 반영 됐지만, 최근에는 도슨트에 따라 작품을 찾아보거나 특정 도슨트의 팬덤이 형성돼 이들이 ‘티켓파워’까지 갖게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슨트계의 아이돌’ ‘미술관에 피리부는 사나이’ ‘믿고 듣는 도슨트’ 등으로 불리는 정우철 도슨트가 대표적이다.


정우철 도슨트가 인기를 끌게 된 건, 지난 2019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된 ‘베르나르 뷔페전’을 통해서였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정우철 도슨트는 20대 후반에 뒤늦게 전시해설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의 친근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은 화가의 삶을 딱딱하지 않게 그려내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책은 물론 TV나 유튜브, 라디오,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젊은 세대들과 소통한 것도 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현재도 정우철 도슨트는 유튜브 채널 ‘정우철의 아트터치’를 운영 중에 있고, FM 라디오 ‘정은지의 가요광장’에서 ‘주간미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또 ‘미술 극장’ ‘내가 사랑한 화가들’ 등의 책을 내놓거나 강연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기도 한다. 또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에서도 전시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마이아트뮤지엄 관계자는 “보통 평일 관람객이 300명가량 되는데, 정우철 도슨트가 진행할 때는 보통 500명에서 600명대 정도의 관객이 몰린다. 약 2배 정도의 관객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도슨트 인원이 한 타임에 최대 50~60명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정우철 도슨트의 경우 한 번에 들어가고자 하는 인원이 많아 대부분의 타임에서 대기자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우철 도슨트를 따라 해당 전시를 찾은 관객 A씨 역시 “현재 정우철 도슨트가 월요일과 금요일 각각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SNS에 팬계정에 스케줄이 공유되면 그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식”이라며 “‘샤갈전’의 경우도 월요일 오전 11시에 전시장을 찾았음에도 겨우 턱걸이로 입장이 가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전시들 중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참여한 전시들이 모두 연간 랭킹 40위 이내에 올라 있다. ‘앨리스달튼 브라운’은 6위,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15위, ‘맥스달튼, 영화의 순간들’은 22위 등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앙리 마티스 특별전’의 경우 2020년 입장객은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연간 15위에 랭크된 건 매우 높은 성적”이라며 “맥스달튼 역시 국내에서 생소한 작가임에도 국내 첫 전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작가도 놀랐을 정도다. 현재 진행 중인 ‘샤갈특별전’ 역시 개관일이 연말(11월 25일)이었던 터라 지난해 연간순위에서는 30위에 그쳤지만 1월 현재 주간 랭킹에서는 2위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유명 연예인을 도슨트로 내세우는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배우이자 화가로서 활동 중인 박기웅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네이버 쇼핑 라이브 ‘박기웅의 컬쳐라이브’를 진행자이자 도슨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은 최고 37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가수 정재형, 방탄소년단 지민, 배우 이제훈도 각각 특정 전시를 통해 도슨트로 활약했다.


물론 연예인의 전시해설가로서의 역할은 이벤트성에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종의 팬마케팅이지만 동시에 도슨트가 실제 전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도슨트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직업으로써도 전망이 밝다”면서 “뮤지컬을 예로 들면, 멀티캐스팅의 경우 같은 작품이어도 출연자마다 캐릭터를 해석하는 시각이 다르고, 같은 출연자 구성이라도 매 회차마다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회전문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전시 역시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전시를 바라보는 시각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때문에 도슨트를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전시를 재관람하는 풍토도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