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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조금으로 ‘개통 조절’…KT, 개입 정황 나왔다


입력 2022.01.13 06:00 수정 2022.01.13 10:37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본사 조직에서 메신저 통해 유통점에 직접 개통 지시

보조금 늘려 가입자 유치한 뒤 단속 피해 인위적 조절

이용자 개통지연 피해 우려 제기…단속 현실적 한계

KT, "통상적인 대응…개통지연과는 무관" 해명

한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 연합뉴스 한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 연합뉴스

믿파ON, 16:30~17:30분까지 전유형 개통 부탁드립니다. 해당 안정화 단가표도 반드시 재배포 바랍니다

지난 10일 KT 수도권도매영업단 텔레그램방. 잠잠했던 대화창에 '믿파ON' 말머리를 단 글이 속속 올라왔다. 본사 명령이 내려지자, 판매점들은 게릴라식 보조금을 지급해 개통을 유도했다. 잠시뒤, '믿파OFF' 말머리가 달리자 반대로 군사 작전 하듯이 일사분란하게 개통을 멈췄다. 이들이 나눈 다른 대화는 없었다.

KT, 텔레그램으로 '판매 장려금' 지급·회수…사실상 개통량 조절

지난해 개통 고의 지연으로 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KT가 개통량을 조절하는 편법을 지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선 유통망에서 번호이동 개통을 진행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지급 혹은 회수하는 방식으로 개통량을 조절한 것이다.


1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수도권도매영업단은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수도권 지역 중심 도매채널 대상으로 장려금을 지급해 가입자를 유치하도록 한 뒤 개통 명령을 내리고 다시 정책을 축소해 판매점들이 개통을 이월시키는 정황이 확인됐다.


본사 영업단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개통 조절 지시를 내리면 판매점들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시를 공유하고 개통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KT는 판매채널에 개통하라는 지시를 내릴 때는 ‘믿파(믿고 파는)ON(온)’, 평상시 수준으로 보조금을 내려 개통을 중지할 때는 ‘믿파OFF(오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실제 지난 10일 오후 7시경 5세대이동통신(5G)과 롱텀에볼루션(LTE) 전모델 대상으로 ▲특정 요금제 이상 010 전환 및 기기변경 고객 10만원 ▲번호이동 고객 20만원 ▲갤럭시S20시리즈 5만5000원 요금제 이상 번호이동 고객 개통 35만원의 장려금을 더 지급하겠다는 KT 본사 정책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판매점들에 공유됐다.


곧이어 오후 7시7분 KT 수도권도매영업단은 ‘믿파온’ 명령을 통해 개통을 지시했다가 방통위 모니터링이 뜨면서 오후 7시20분 정책 축소 지시를 내렸고 판매 채널들은 개통량 조절에 나섰다.


번호이동 순증건수가 높으면 불법보조금으로 가입자를 유치한 정황이 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의 모니터링 집중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통신자연합회(KTOA) 번호이동 증감량을 보면 정책 축소 지시가 내려진 지난 10일 저녁 7시~8시 사이 KT의 번호이동이 300건가량 순감했다. 이어 다음날 개통 지시가 내려지자 지난 11일 저녁 번호이동이 150건 순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려금은 대부분 소비자에 불법보조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보조금 가격을 조정해서 사실상 개통을 지연시킨걸로 볼 수 있다”며 “고객과 합의하에 했을 수도 있지만 대충 설명하거나 둘러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 유통점에 장려금 추가 지원 정책이 카카오톡을 통해 내려진 정황 ⓒ데일리안 KT 유통점에 장려금 추가 지원 정책이 카카오톡을 통해 내려진 정황 ⓒ데일리안
업계선 "과다 모집 후 분산처리" 의혹…개통 지연에 이용자 불만↑

문제는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의 이같은 ‘(시장)안정화’ 조치로 개통이 지연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점에서 개통 지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영문도 모르는 채 개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해 4월 본사의 영업정책과 장려금 판매 수익 계산에 따라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가입자 일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최대 6일 개통을 지연해 방통위로부터 1억6499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28일부터 30일까지 가입한 KT 수도권 일부 유통망의 고객들의 개통이 지연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정책을 축소하거나 늘리는 것은 시장 경쟁 상황에 따라 통신3사 모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대응”이라며 “개통지연과는 무관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다. 윤웅현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팀장은 “이용자 합의 없이 개통이 지연되는 피해사례가 확인된다면 규제 사안이 되지만 실제 피해 사례를 색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 KT에 과징금 부과한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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