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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래퍼들의 범죄…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류지윤의 배드토크]


입력 2022.01.02 07:54 수정 2022.01.02 06:3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자메즈, 마약 혐의 인정

사건사고 중심에 선 래퍼들

국내 유명 래퍼들이 활동보다는 각종 구설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음주 운전, 데이트 폭력, 마약 혐의 및 판매 유통 등은 연예인들의 향후 활동까지 제동을 거는 치명적인 문제들이지만, 여기에 '래퍼'라는 직업이 붙는 순간, 대중들은 더 이상 놀라지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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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래퍼 자메즈는 전 여자친구가 폭로한 데이트 폭력 가해자란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마약 투약 혐의는 인정했다. 자메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거에 대마초와 LSD를 해본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법적으로 처벌받을 것이 있으면 받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자메즈가 이끄는 힙합 레이블 GRDL은 해산됐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라는 주장과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자메즈는 지난 2014년 싱글 앨범 ‘워너 겟’(Wanna Get)’으로 데뷔한 이후 엠넷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지난해 8월 힙합 레이블 GRDL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으며, 3월엔 서울의 한 예술 전문학교 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자메즈는 뚜렷한 개성으로 힙합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실력파 래퍼지만, 마약 투약 혐의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엠넷 '쇼미더머니777'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후 2020년 12월 싸이가 수장으로 있는 피네이션과 전속계약을 맺었던 디아크도 지난해 여러 번의 논란을 제조했다. 2004년생인 디아크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 음주 사진을 SNS에 게재하거나, 청소년 청취 불가 CD 청취를 인증해 역풍을 맞았다. 디아크가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디아크의 전 여자친구 A 씨가 자신의 SNS에 디아크와 강압적인 성관계를 맺은 후 이별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아무리 패기 넘치고 뛰어난 실력자라도 논란과 사과 및 해명을 반복하는 모양새는 팬들의 신뢰와 기대를 잡아두기 힘들다.


이를 의식한 듯 디아크는 최근 믹스테이프 '디카키'를 발표한 후 "제가 그동안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제가 자초한 실수에 욕도 밥 먹듯이 먹어보고 홀로 가족들 없이 음악 하는 게 너무 힘들고 외로웠지만 저는 오로지 기댈 곳이 음악이었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는 소년"이라고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실력자 래퍼 도끼 귀금속 대금 미납 논란과 관련해 보석업체 측에 패소 당하며 또 한 번 힙합 신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최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6단독 안홍준 판사는 보석업체 운영자 B 씨가 도끼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B 씨는 도끼가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2억 4000만 원 상당의 금반지와 금목걸이 등 귀금속 7점을 구매한 후 4120여만 원의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9년 10월 도끼의 전 소속사 일리네어레코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귀금속 거래 당사자가 일리네어레코즈라고 신뢰할 만한 외관을 형성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B씨는 도끼 개인을 상대로 이 사건 물품대금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도끼에게 B씨가 소송을 제기한 2020년 9월 2일 환율로 계산해 4120만여 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도끼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의 속어로 사용되는 '플렉스'(Flex)를 실천하는 대표 래퍼였다. 과거 SBS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했을 당시 130평에 달하는 호텔에 거주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의 콘서트 중 돈을 뿌리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또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5년 동안 10여대 이상의 슈퍼카들을 사고팔았으며, 7대의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동안 방송 및 공연에서 보여줬던 행동과 귀금속 대금 미납은 상반된 행동으로 질타를 받기 충분했다.


이외에도 래퍼 노엘은 2019년 음주운전은 물론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지난 9월 면허 없이 운전하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레미퀘스트는 마약성 패치를 사용하고 판매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플라, 매슬로, 루피, 오왼, 영웨스트, 블루 등 마약 혐의가 적발되거나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선 래퍼들을 다 셀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악동뮤지션 이찬혁이 '쇼미더머니10'에 머드 더 스튜던트를 지원하려 '불협화음' 무대에 올라 뱉은 한 구절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현재 대중이 합힙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세에서 밀려나고 있는 위기의식을 직설적으로 진단한 구절이다.


힙합이라는 음악적 허용 아래 플렉스, 거친 발언, 욕설 등을 용인해 주고 동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당당한 행동과 오만하고 경솔한 행동은 차이가 크다. 래퍼들 스스로 인식하고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중이 힙합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외치기 전, 그 편견을 만든 건 범죄 의혹으로 점철된 래퍼 본인들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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