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현실을 풍자한 블랙코미디


입력 2021.12.30 14:03 수정 2021.12.30 10: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 돈 룩 업’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문구는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이다. 삶의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겠다는 의미일 텐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혜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을 만들었다.


ⓒ

영화 ‘돈 룩 업’은 미시간주립대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담당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지구 충돌 궤도로 오는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이 분야의 권위자인 오글 소프 박사(롭 모건 분)를 통해 백악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면담하고 TV에 출연해 대중에게 알린다. 하지만 혜성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계획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게 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그동안 ‘빅쇼트’, ‘바이스’등을 연출하며 정치, 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풍자해온 감독으로 유명하다. 아카데미에서도 연속으로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이번 작품에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와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출연해 영화 개봉 전부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영화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에 부딪치며 지구가 멸망할 사실에 처해 있음에도 그 진실에 집중하지 못하는 정치, 언론계 현실을 비롯한 현 세태를 쉴 틈 없이 풍자한 블랙코미디로 단박에 2021년 최고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

먼저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가 쏟아진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음에도 백악관은 너무나 평온하다. 대통령은 오로지 선거에만 관심이 있어 지지자들의 지지율과 좋아요 멘트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기후위기, 난민, 불평등,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혜성 충돌도 대통령에게는 정치쇼의 한 장르일 뿐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헛소리를 해대는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당파를 초월한 정치 무능을 꼬집는다. 더욱이 삶의 기로에서 명문대 여부를 따지는 모습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과도 닮아있다.


언론에 대한 질타도 놓치지 않는다. 케이트와 랜들 교수는 어이없는 정치인들의 태도에 방송 출연을 결심한다. 그러나 언론 역시 진지함을 거부하며 대중들을 스포일 시킨다. 출연자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진실의 중요성을 잊게 한다. 결국 케이트는 대중의 놀림거리가 되고 랜들은 어수룩한 비주얼 덕분에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이미 상업화된 미디어는 팩트를 찾아내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보다는 대중의 얄팍한 기호에 맞춰 진실을 희화화하는 데 앞장선다는 데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

대중을 기만하고 현혹하는 건 정치뿐만이 아니라 학계와 기업도 마찬가지다.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기술을 첨단이나 혁신, 인류 행복 등과 같은 단어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학계와 기업들의 무책임과 탐욕도 심각하다고 꼬집는다. 특히 자본과 데이터로 세상을 조종하는 기업의 행보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사회에는 불편한 진실은 감추거나 혹은 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들이 만연하고 있다. 영화 ‘돈 룩 업’은 이 모든 쇼잉을 비판한다. 특히 감독의 예리한 통찰력과 이를 맛깔나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집중도를 높인다. 정치계, 언론계, 학계, 대중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아 현 세태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풍자한 영화다.


ⓒ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