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주역’ 개인, 거래비중 급감
일평균 거래대금 19개월 만에 최저
“모멘텀 약화로 개인 수급 이탈”
올해 코스피는 ‘삼천피’ 시대를 개막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스피는 하반기로 갈수록 대내외 악재들과 상반기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피로감으로 박스권 장세에 갇혔다. 연중 뚜렷한 ‘상고하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 26조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9조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일평균 거래대금 9조원대로 ‘뚝’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2837.47에 거래를 마친 뒤 연초 급등세를 보이며 1월 6일 장중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이튿날인 1월 7일(3031.68)에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선을 돌파했다. 5월 공매도 재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증시 참여도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며 6월에는 3300선을 넘었고 7월 6일에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3305.21)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8월에는 델타 변이에 글로벌 증시가 짓눌렸고 9월에는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3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10월과 11월에는 자산매익 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 오미크론 변이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11월 30일에 연중 최저점인 2839.01을 찍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800대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30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개인은 1~10월까지는 매달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코스피에서 74조637억원, 코스닥에서 12조6615억원 등 86조7252억원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코스피에서 1조7927억원, 코스닥에서 6040억원 등 총 2조39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개인의 첫 순매도다. 이달 들어서는 증시에서 6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에서 개인 거래 비중도 급감하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개인의 거래비중은 이달 들어 4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지로 지난 10년간 평균인 49.8% 수준이다. 코스피 내 개인의 거래비중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8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57.4%로 낮아진 뒤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거래대금 역시 크게 낮아졌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18거래일 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9조894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5월(9조9570억원) 이후 최저치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올해 1월(26조4778억원)과 비교하면 53.8% 감소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8월 15조5218억원에서 9월 14조614억원, 10월 11조7538억원, 11월 11조7178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달 들어 일일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긴 경우는 7거래일에 그쳤다.
◆“개인, 저점 매수·짧은 차익실현”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은 모멘텀이 상승하면 다른 주체보다 매매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동력이 약화돼 추세가 살아있던 미국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을 추측할 수 있다”며 “개인의 매매 패턴도 변해 상반기처럼 시세를 상방으로 이끌기보다는 저점 매수 후 짧은 기간에 차익실현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는 대형주를 중점적으로 매수했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31조3612억원)이다. 이어 ▲삼성전자우(5조759억원) ▲현대모비스(3조1679억원) ▲카카오(2조8650억원) ▲SK하이닉스(2조5249억원) 순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제약·바이오주에 매수세가 쏠렸다.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HK이노엔(3482억원)이다. 다음으로 ▲네오이뮨텍(3272억원) ▲원익IPS(309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982억원) ▲컴투스(2978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증시의 훈풍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에 ‘1월 효과’가 반영될 지도 관심사다. 다만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 시점을 내년 상반기 이후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고 수급 상으로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다. 개인의 거래가 둔화되며 수급 공백을 야기하고 있지만 현재의 환율의 흐름이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는 않다”면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야 하는 시점은 매크로와 수급, 펀더멘탈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내년 상반기 이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