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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 차입금 100조 '사상 최대'…금리 인상에 '긴장'


입력 2021.12.20 06:00 수정 2021.12.17 16:1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금융지원 실탄 조달…올해 13조↑

이자 부담 본격화 조짐 '새 숙제'

국내 4대 금융그룹 차입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차입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외부에서 빌린 돈이 올해 들어서만 13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되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빚까지 끌어 쓰며 모자란 재원을 채우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차입금을 둘러싼 이자 부담은 금융권에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이 떠안고 있는 차입금은 올해 3분기 평균 잔액 기준 102조49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2조9523억원에 달하는 증가폭으로, 이들의 차입금이 1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입금이 확대된다는 건 회사의 경영 과정에서 외부 수혈 자금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차입금이 29조94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2%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 역시 27조8750억원으로, KB금융은 24조4710억원으로 각각 8.4%와 41.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차입금도 21조5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4% 늘었다.


금융권이 외부로부터의 실탄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요청하면서 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주문한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데 출자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0%대 이자율 수혜 끝…한은 행보 '촉각'

그럼에도 금융그룹들이 불어난 차입금에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열린 제로금리 시대 덕분이었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서 차입에 따른 이자 압박도 함께 축소돼 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 차입금에 대해 지급한 금리는 평균 0.96%로 지난해보다 0.46%p 하락하면서 0%대로 진입한 상태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 자금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차입금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시장 금리가 1%p 오를 때 4대 금융그룹의 관련 이자는 1조원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0.75%였던 기준금리를 1.00%로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0%대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 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금리 인상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한은이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전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란 해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반등으로 불어나는 차입금 이자 비용은 향후 코로나19 정상화 과정에서 금융권의 수익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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