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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⑭-1] 깨질 것 같은 아름다움, 지켜주고 싶은 티모시 살라메


입력 2021.12.12 13:40 수정 2021.12.14 21:3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듄'까지 톺아보기

배우 티모시 살라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이하 ㈜디스테이션 제공 배우 티모시 살라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이하 ㈜디스테이션 제공

OTT(Over The Top, 인터넷TV) 시대가 되고 보니 개봉연도가 한 배우를 알아가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희미해졌다. 예전엔 어떤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개봉 시기를 따라 차곡차곡 쌓였다. 그 성장도 순차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무엇을 먼저 보고 나중 보느냐에 따라 그 배우에 대한 이미지,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티모시 살라메에 대한 필자의 이미지는 다음의 네 작품을 통해 형성됐고,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가 생겨났다. 당연히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개인적 경험 순으로 적어 본다.


세계의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사랑해 마지않고 환호하는, 자신만의 파동을 지닌 감성 표현을 넘어 존재 자체로 천재로 일컬어지는 배우 티모시 살라메를 처음 만난 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2017)이었다.


그전에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톰(케이시 애플렉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든가 하는 건 ‘마음의 천둥’을 일으키지 않았다. 더 이전 미국에서 광고를 찍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건 접하지 못했다. ‘이 배운 누구야? 세상에! 아직 어리니 최소 이삼십 년은 이 배우 덕에 행복하겠어!’ 탄성을 지르게 한 작품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었다.


Call Me by Your Name,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라니! 제목부터 심장을 두드리는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만 해도 티모시 살라메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환한 전등 하나를 번쩍 추가하는 시대를 풍미할 배우를 만날 줄 몰랐다.


처음, 인생이 지진으로 흔들리는 순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처음, 인생이 지진으로 흔들리는 순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

분명 그의 연기는 영화라는 작품 속에 있고, “스타 배우를 꿈꾸는 건 연기자에겐 죽음”이라고 말하는 티모시 살라메인 만큼 스크린 밖 세상이라는 무대를 슈퍼모델처럼 활보할 그도 아니건만, 영화 속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빛 하나를 더 밝히는 전등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그의 등장은 스크린 위 세계뿐 아니라 그를 보는 우리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좋은 배우들이 세상에 끼치는 덕이지만, 그의 연기를 보는 많은 이의 마음이 한 뼘은 더 다채롭게 행복해졌다.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미국 뉴욕에서 자란 티모시 살라메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촬영 시작 한 달 반 전에 장차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질 이탈리아 크레마 마을에 먼저 도착해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고, 이탈리아어를 배웠는지 몰랐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조금이라도 동네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지 모른 채 영화를 봤다. 보여 주고픈 건 많은데 그 기회가 오지 않아 조바심 내며 오디션에 오디션을 보다가 얻은 배역인 줄도 몰랐다.


몰랐어도 충분했다. 티모시 살라메는 영화 속에서 그저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였고, ‘크레마 사람’이었다.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 일곱 살 많은 남자 올리버(아미 해머 분)로 인해 영혼이 흔들리는 전율을 느끼고 지독하게 고독하고 위험한 사랑에 빠진 소년의 아픔을 ‘성장통’으로 우리에게 배달했다. 아니다, 사실 스토리나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유약해 보이는 체격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소년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열정, 가장 아픈 방식의 성장 고통을 받아들이는 강인함, 그 외유내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죽였다.


영화 '핫 썸머 나이츠' 스틸컷 ⓒ㈜더쿱 제공 영화 '핫 썸머 나이츠' 스틸컷 ⓒ㈜더쿱 제공

두 번째는 ‘핫 썸머 나이츠’(감독 엘리야 바이넘, 수입·배급 ㈜더쿱, 2018)였다. 소심하고 존재감 미미한 고교생 다니엘은 방학을 맞아 엄마에 의해 숙모네로 쫓겨나듯 간다. 휴양지다 보니 ‘철새’라 불리는 도시에서 온 부잣집 아이들, 원주민 아이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리며 파티를 벌이는데. 다니엘은 외지에서 왔지만 부자가 아니라 ‘철새’가 아니고, 방학이 끝나면 돌아갈 것이니 원주민도 아니다. 어느 쪽에서 낄 수 없는 다니엘의 모습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결은 좀 다르지만 깨질 것 같은 유약함이 역시나 발견된다.


여기서 그칠 거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고 싶다”는 티모시 살라메의 팔색조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다니엘도 영화도 폭주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관광객에게 허접한 봉지 마약을 파는 헌터(알렉스 로 분)와의 조우, 뭇 남성의 로망인 맥케일라(마이카 먼로 분)와의 첫사랑에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헌터보다 더 대담하게 범죄를 꿈꾸고, 마치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차처럼 질주한다.


영화 속에서 모든 나쁜 일이 일어난 폭풍우 치던 밤처럼 영화 ‘핫 썸머 나이츠’를 통해 배우 티모시 살라메에게는 ‘위악적’ 이미지가 보태졌다. 너무 선한 이미지로만 고정되면 그 새장에 갇힐 수 있음을 안다는 듯, 웬만한 여성보다 아름다운 얼굴에 흑칠이 필요함을 안다는 듯 거친 매력을 적셨다. 덕분에 새로운 매력도 드러났지만, 유약함이 훨씬 감해진 것도 분명 있다.


[홍종선의 배우발견⑭-2] 강인해진 티모시 살라메, 이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으로 계속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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