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아직 방송도 안했는데 ‘불매’ 딱지…누가 ‘선’을 넘었나


입력 2021.12.09 09:21 수정 2021.12.09 09:2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설강화’ 역사왜곡 논란 재점화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왜곡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VOD 서비스를 재시작한 것이 비난을 받는가 하면, 시작도 하지 않은 드라마의 캐릭터 설정과 시놉시스가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JTBC 새 드라마 ‘설강화’가 방송 시작도 전에 ‘불매’ 여론에 휩싸였다. 방송을 앞두고 대본 리딩 영상, 홍보 콘텐츠들이 공개되자 다시금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JTBC ⓒJTBC

앞서 ‘설강화’는 온라인상에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역사 왜곡 의혹에 휩싸였었다. 안기부 소속 인물이 중요 배역으로 등장하면서, 자칫 안기부를 미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자 주인공 영초는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가 연상된다는 지적을 받았고, 남주인공 설정이 남파 간첩이라는 추측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운동권 대학생들이 당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고문받은 역사가 있음에도 남자 주인공을 진짜 간첩으로 설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JTBC는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남파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르고 제작 의도와도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드라마의 일부 내용들이 담긴 새로운 콘텐츠들이 공개되자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역사 드라마, 영화가 대중들을 만날 때는 으레 역사 왜곡 논란이 따라붙곤 한다.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를 비롯해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철인왕후’가 조선왕조실록과 종묘제례악을 비하,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인기리에 방송된 tvN ‘미스터 션샤인’도 초반에는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외에도 영화 ‘군함도’, 드라마 ‘기왕후’, ‘태왕사신기’ 등 수많은 역사 영화, 드라마들이 역사 왜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드라마, 영화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에 재미를 유발할만한 새로운 상상력을 덧입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곤 했다. 혹은 차별화와 흥미 유발을 위해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루다가 기존의 인식과 부딪히기도 한다.


물론 역사 드라마가 역사 교육에 대한 책임감까지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그것이 팩션일 때조차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본다는 것을 창작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잘 알려진 사건이나 인물을 다룰 때는 대중들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최근의 논란들은 단순히 역사 왜곡에 대한 비판이 아닌, 불매 흐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설강화’가 아직 방송을 앞두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미완성 시놉시스와 일부 공개된 내용만으로 역사 왜곡을 ‘추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려가 아닌,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설강화’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도 있다.


앞서 촬영을 80% 이상 마친 상태였던 ‘조선구마사’도 논란 닷새 만에 폐지가 결정이 되며 만회의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시청자들은 항의와 비난을 넘어 광고로 나온 제품들을 불매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이에 제작지원 및 광고 편성 기업들이 광고를 철회,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는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면서 그 인식을 완전히 뒤집으려는 작품들은 ‘재해석’으로만 봐줄 수는 없다. 역사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고증을 바탕으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그 내용을 자세히 살피려고 하지 않는 흐름도 건강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들은 이미 어려움이 많아 제작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흐름이 역사 콘텐츠 제작을 위축하게 되면 그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