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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사라졌던 ‘철인왕후’의 재등장, 논란의 본질부터 다시 따져야


입력 2021.12.04 13:27 수정 2021.12.04 09:2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티빙·카카오페이지·네이버 시리즈온 등 다시보기 재개

"냉철한 비판 필요...억지 프레임은 경계해야"

역사 왜곡 논란으로 VOD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던 ‘철인왕후’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재개됐다. 3일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을 비롯해 카카오 페이지, 티빙 등의 플랫폼에서 ‘철인왕후’ 다시보기 서비스가 재개된 상태다. tvN 드라마 유튜브 채널에도 ‘철인왕후’ 클립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티빙, 네이버시리즈온 ⓒ티빙, 네이버시리즈온

이는 역사왜곡 등의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지 9개월 만이다. 사라졌던 콘텐츠가 재개됨에 따라 온라인상에는 시간이 흘러 은근슬쩍 서비스를 재개한 tvN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VOD가 삭제된 배경과 본질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선 철종의 비 철인왕후 김씨의 몸에 현대 남성 셰프의 영혼이 깃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철인왕후’는 첫 방송 당시 8%대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한낱 지라시네”라고 말하는 장면과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을 추게 할 거야”라며 종묘제례악을 희화화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고, 실존인물인 신정왕후를 저속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풍양 조씨 종친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원작인 중국 웹툰,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원작자가 다른 소설에서 혐한 표현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졌다. 당시 tvN은 “계약 당시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의 원작 소설가의 또 다른 작품인 ‘화친공주’에 한국 관련 부정적 발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조선왕조실록 관련 대사는 해당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 그 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VOD 삭제의 결정적 배경은 ‘철인왕후’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후속작 ‘조선구마사’의 논란이었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3월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이후 OTT 플랫폼 티빙을 포함해 네이버, 다음, 유튜브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조선구마사’가 삭제되면서 덩달아 ‘철인왕후’의 클립 영상이 비공개되고, 다시보기나 미리보기 등의 영상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철인왕후’ 작품 자체에서 부적절한 표현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다만 ‘철인왕후’는 제작사 측 사과와 함께 실제 성씨를 가상으로 수정하자 논란이 봉합되는 분위기였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불매를 주장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철인왕후’ VOD 삭제에까지 이르게 된 건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면이 있다. 실질적으로 원작 소설가의 다른 작품, 작가의 후속 작품이 연이어 문제가 되면서 덩달아 ‘철인왕후’에 대한 논란이 더 부각됐다는 의견이 많다. 시청자들도 최근까지 약 7개월여간 ‘철인왕후’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요청을 지속했고, 이에 따라 제작사가 서비스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작가의 다른 작품, 원작 소설가의 또 다른 작품들의 이슈가 없었다면 ‘철인왕후’를 향한 비판이 이정도로 커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철인왕후’ 자체적으로 초반 문제가 될 부분들은 있었지만 사과하고 수정하면서 충분히 대중을 설득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하나의 작품에 들어간 노력, 즉 배우들과 스태프, 창작진들이 모두 연대책임을 지게 된 셈인데 다소 과한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중들의 냉철한 비판이 방송가에 역사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나 실존인물과 관련한 내용 등에 있어서 거듭 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서 고증이나 사회적 인식, 역사 인식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느끼고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무분별한 의혹, 즉 잘못된 프레임을 덮어씌운 채 콘텐츠를 부정적으로 재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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