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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 말만 듣더니... 곽상도 구속영장 기각, '로비 의혹' 수사 제동


입력 2021.12.02 10:36 수정 2021.12.02 12:29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곽상도 아들 퇴직금 '알선의 대가' 입증 증거 부족

증거로 제시한 영수증도, 알리바이 제시하며 반박

남은 '50억 클럽' 수사 난항 예상…윗선 수사 사실상 좌초 우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50억원 퇴직금'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곽 전 의원을 시작으로 본격화 하는 듯 싶었던 검찰의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는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해 보이는 반면, 구속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이 '알선의 대가'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세금을 제외한 25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영장 심사에서 제시한 주요 증거는 대장동 관계자들의 진술이었다. 검찰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등 대장동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쟁 컨소시엄에 자회사를 참여시킨 H건설 최고위층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을 깨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화천대유 측이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일당'은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사업이 성사된 후인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곽 전 의원을 만났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만배씨에게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요구했고, 이에 김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을 통해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지급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대리 직급인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통상의 범주를 넘는 거액의 퇴직금이 지급된 것과 지급 이후 자금 관리에도 곽 전 의원이 관여한 점 등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주장의 대부분이 '대장동 일당' 몇 명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며, 이를 제외하면 범죄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물증이 없다고 반박했다. 알선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알선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심사에서 2018년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과 만난 장소로 지목된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만배씨가 결제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곽 전 의원 측은 당일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증거가 되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장동 로비' 수사도 난항에 빠졌다. '50억 클럽' 가운데 비교적 혐의가 구체화한 곽 전 의원의 신병확보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만큼,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인물들의 의혹 규명도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곽 전 의원 외에도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머니투데이 그룹 홍선근 회장 등 '50억 클럽' 지목 대상자들을 연이어 소환해 조사했다. 다만 이들은 곽 전 의원과 비교해 혐의를 입증할 관련자 진술이나 증거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곽 전 의원과 그 아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박 전 특검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행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대장동 의혹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윗선' 관련 로비 및 배임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사실상 좌초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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