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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와인드㉕] ‘아이돌’ 정윤정 작가가 입히는 현실감


입력 2021.12.01 11:02 수정 2021.12.01 09:0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미생’→‘아이돌’

직장인부터 아이돌까지, 씁쓸하지만 공감 가는 현실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JTBC ⓒJTBC

지난 2007년 ‘별순검 시즌1’로 데뷔한 정윤정 작가는 이 작품에서 조선시대의 과학수사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첫 작품부터 마니아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았다. 이후 자신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귀신 아랑과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사또의 이야기를 다룬 ‘아랑사또전’, 상처 받은 10대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내용을 담은 뮤직드라마 ‘몬스타’ 등 독특한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개성을 드러냈다.


이후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의 흥행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직장인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자아냈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아이돌: 더 쿠데타’에서도 실패를 경험한 청춘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망돌’(망한 아이돌)로 불리는 한 아이돌 그룹이 해체 위기에 놓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 흥행 공식은 거부…정윤정 작가의 새로운 시도들


정 작가의 데뷔작인 ‘별순검 시즌1’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과학수사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었다. 고종 말기를 배경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아날로그적이지만 과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그려냈었다. 참신한 기획을 토대로 완성도 높은 전개를 보여준 것이 의외의 흥행을 이끌었으며, 당시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4%를 넘기는 대박을 터트렸다.


지금은 주연 배우로 성장했지만, 당시에만 해도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배우 류승룡, 안내상, 박효주, 온주완, 김무열 등의 열연도 흥행에 한몫했다. 류승룡이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중심을 잡았다면, 안내상이 감초 연기로 분위기를 적절하게 환기시켰다. 새로운 소재와 스타 캐스팅 없이 완성도만으로 팬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미생’에서도 스타가 아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고려한 과감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첫 주연에 도전한 임시완은 물론, 강소라와 강하늘, 변요한, 김대명, 태인호 등 대중적으로는 낯설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신선함을 유발했다.


전개 또한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달랐다. 윤태호 작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지만, 멜로도, 출생의 비밀 같은 반전도 없는 이 작품이 ‘대중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정 작가는 이 우려 역시도 디테일함을 살린 현실적인 전개로 정면돌파했고, 결국 직장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아이돌: 더 쿠데타’ 역시 기존의 아이돌 드라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갈등과 좌절은 있어도 풋풋하고 젊은 에너지로 활기를 만들어내던 것과 달리, ‘망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춘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아이돌: 더 쿠데타’의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정 작가가 만들어낼 새로운 공감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

◆ ‘남다른’ 디테일로 만드는 현실감


‘미생’에는 2, 30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하는 다양한 현실들이 반영이 됐었다. ‘無(무)스펙’ 청년 장그래(임시완 분)가 한국 청년들을 대변하는가 하면, 직장에서 업무를 하며 겪는 다양한 갈등을 통해 직장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문제와 워킹맘의 고충, 중년 가장의 책임감 등 누구나 겪는 고민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다양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실제 회사를 방불케 하는 현실적인 세트장과 무역회사라는 설정을 제대로 살리는 디테일하고 전문적인 용어와 대사들도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별순검’에서는 어지러운 개화기 조선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현실감을 높였다. 조선시대와 과학수사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의 결합이었지만, 조선시대 수사기록서인 ‘중수무언록’ ‘흠흠신서’ 등 고서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디테일함을 살린 것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식초를 이용해 피의 흔적을 찾거나, 기별한 여인이 서낭당에 있으면 처음 마주친 사내가 무조건 데려가 처로 삼아야 한다는 ‘습첩 제도’를 따르다 죽임을 당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 등 시대상을 적절하게 반영하며 ‘조선판 CSI’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이돌: 더 쿠데타’ 또한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통해 공감을 유발하는 것이 목표인 작품이다. 정 작가가 어떤 디테일로 아이돌들의 현실을 바라보게 할지 궁금해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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