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재명 측 동행 압박…이낙연 '삼고초려는 어디에'


입력 2021.11.27 08:30 수정 2021.11.27 09:3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전남 훑고 광주 갔다 영광서 마무리

이낙연 동행 ‘무언’의 압박인 셈

明 측 “깜짝 출연? 부인 않겠다” 군불

洛 측은 발끈 “실무 논의도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회동 후 손을 맞잡고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앞에서 회동 후 손을 맞잡고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광주·전남 방문 키워드는 ‘텃밭 사수’로 요약된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던 호남이지만, 최근에는 그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당 안팎의 판단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를 계기로 5.18을 부각시켜 선명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호남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이 후보는 호소했다.


텃밭 사수의 키맨은 이낙연 전 대표다. “호남 인재를 중용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약속의 증표이며, 현재 광주·전남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아닌 이 전 대표를 1위로 만들었던 유일한 지역이 광주·전남이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일정에 이 전 대표가 함께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지원군일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민주당은 일단 동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와 일정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매타버스는 후보의 일정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짐짓 이 전 대표를 감샀다.


하지만 암묵적으로는 참여를 바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26~27일 전남 지역을 순회한 뒤 28~29일은 광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 후보의 일정을 짰다. 그런데 마지막 일정만 굳이 이 후보의 고향인 전남 영광으로 배치했다. 이 전 대표에게 마지막 일정에 참여해 피날레를 장식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발탁된 강훈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대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출연이 있을 건지 부인하지 않겠다”며 군불을 지폈다.


이 전 대표 측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이 전 대표는 26~28일 오래전에 잡혀있는 충청과 경남 지역 일정이 있다”며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으며, 관련해서 실무선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무언’의 압력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감지된다.


일단 선을 그었지만,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당내에서 “후보가 어렵다는데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전남도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한 이 후보는 “잠깐 다른 길을 지나 왔다고 해도 함께 힘을 모아 동지로서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전남도당의 경우 적지 않은 분들이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며 “다들 이 후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응답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불참할 경우, 이 전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이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반 이재명’ 정서가 아직 남아 있는 지지층을 저버리고 이 전 대표가 참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진퇴양난의 상황임을 이 후보 측도 잘 알고 있다. 이 후보 측 재선 의원은 “정치인은 링에서 싸우다가도 내려 오면 어깨동무를 할 수 있지만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패배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시기에, 승리한 사람을 지지해달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회적인 압박을 계속하는 것은 그만큼 텃밭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