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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PPL, 오히려 ‘빌런’이 되는 길 [이나영의 스펙트럼]


입력 2021.11.29 07:02 수정 2021.11.29 07:03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억지 설정으로 흐름 끊기고 몰입 방해…시청자 눈살

지원 나선 기업 거부감도 커져…"윈윈 전략 모색해야"


롯데백화점, 네파 X지리산 팝업스토어.ⓒ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네파 X지리산 팝업스토어.ⓒ롯데백화점

드라마 속 무리한 간접광고(PPL)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방영중인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는 극 중 등장인물들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등산복을 수시로 바꿔 입고 대피소에서 프랜차이즈 에그드랍 샌드위치를 먹는다. 또 뜬금 없이 피부 관리 이야기를 하며 뉴트리원 콜라겐을 건네 원성을 샀다.


방송 당시 시청자들은 “프로 산악인에 가까운 레인저들이 지나치게 등산복을 자주 갈아입는 게 말이 되냐”, “지리산 대피소에서 70km나 떨어져있는 브랜드의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은 정말 어이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파는 현재 자사 온라인몰에 지리산 전용몰을 오픈하고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진행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되는 스페설 팝업스토어는 지리산을 테마로 해 드라마 속 배경과 소품들을 사실감 있게 구현함은 물론 극중 국립공원 레인저들이 착용했던 레인저 의류와 용품을 비롯한 지리산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레인저룩 코너에서는 방문객들이 드라마 속 레인저들의 착장을 직접 경험해 보고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억지 PPL 논란은 비단 지라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원더우먼’에서는 “물소리 산소리 들으니깐 시골에 온 것 같고 좋다”라는 대사와 함께 안마의자를 노출해 극의 흐름을 끊었다.


드라마 ‘빈센조’, ‘여신강림’ 등도 중국 브랜드 제품이 PPL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PPL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을 등장 시켜 홍보 효과를 얻는 광고 기법으로, 지난 2010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본격화됐다.


극 중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이는 곧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극 전개 몰입을 싹둑 자르는 이런 과도한 PPL은 오히려 독이 되기 마련이다.


드라마 지원에 나선 기업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는커녕 반감을 불러일으켜 브랜드의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간접광고는 프로그램의 내용·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브랜드를 콘텐츠에 녹여내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중요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떠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 콘텐츠의 일종으로 상품 특성에 맞게 기업이 스토리를 직접 구성하다보니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스토리와 흥미 요소를 더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기업의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자체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에서 최근 웹드라마 ‘바이트 씨스터즈’를 선보였는데 1화부터 마지막화인 10화까지 누적 조회수는 26일 기준 1100만회를 넘어섰다.


웹드라마에 누출된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더한섬닷컴의 매출 신장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극 중 배우 강한나와 이신영이 입은 시스템 청바지, 타임옴므 셔츠·시스템옴므 청바지는 완판을 기록했다.


PPL은 양날의 검이다. 드라마 제작 여건 상 등장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밀어내는 순간 브랜드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빌런(악당)이 되고만다. 슬기로운 PPL 활용법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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