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FA로이드면 어때’ 백정현과 희소성의 가치


입력 2021.11.24 13:03 수정 2021.11.24 10:5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커리어 하이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좌완 투수 희소성

백정현. ⓒ 뉴시스 백정현. ⓒ 뉴시스

화려했던 올 시즌을 보낸 삼성 베테랑 투수 백정현(34)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온다.


백정현은 올 시즌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의 걸출한 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점은 2위, 다승과 승률은 리그 공동 4위에 해당한다.


특히 선수의 가치를 알 수 있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부문에서는 5.27을 기록, 올 시즌 최고 투수였던 두산 미란다(7.10)에 이어 전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즉, 올 시즌 토종 최고의 투수는 백정현이었다는 뜻이다.


정점에 오른 백정현은 마침 FA 자격까지 획득, 거액의 돈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백정현을 둘러싼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먼저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올해 34세 시즌을 보낸 백정현은 내년이면 35세가 된다. 30대 중반 투수에게 거액의 돈을 투자하기 망설여지는 이유다.


또한 백정현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불펜서 보낸 백정현은 삼성 투수진의 형편에 따라 2017년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통산 기록도 매력적이지 않다. 올 시즌 전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은 물론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적이 없고 2019년 157이닝이 규정 이닝을 돌파한 유일한 시즌이다. 올 시즌의 괴물급 성적이 ‘FA로이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백정현. ⓒ 뉴시스 백정현. ⓒ 뉴시스

하지만 FA 시장에서의 선수 몸값은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로 형성된다.


마침 백정현은 이번 FA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선발 투수 자원이다. 또 다른 베테랑 장원준이 FA 자격을 얻었으나 오랜 기간 부상으로 신음했기 때문에 후한 대접을 받을 리 만무하다.


백정현의 투구 스타일도 나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프로 데뷔 후 150km대 강속구를 뿌렸던 백정현은 부상 후 구속이 하락했고, 구위보다는 제구와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을 즐기는 투수로 변모했다.


마치 팀 선배였던 장원삼을 연상케 하듯 130km대의 빠르지 않은 직구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폼,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가 일품인 백정현이다.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탐날 수밖에 없는 자원이 바로 백정현이다. 올 시즌만큼은 아니더라도 기량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2~3선발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가치에 의해 몸값이 정해지는 FA 시장에서 백정현이 역행하는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