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영남권 공천에서 탈락한 정형근 의원(왼쪽)이 한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어 1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 공천심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공천·낙천자들에 대한 희비 반응이 시시각각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정형근 최고위원이 유독 관심을 끌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14일 정오께부터 4시 30분 현재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검색어 1위를 지키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파로 자신의 지역구(부산 북·강서갑)에서 탈락한 그는 박희태 의원 등과 함께 계파 형평성을 위한 ‘희생양’격으로 낙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날 저녁 발표된 공천결과에 충격을 받은 듯 그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좀처럼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 정 최고위원 측은 다만 “지역에 내려가지는 않았으며 서울에 머물고 있다”며 “회의에 참석지 않았을 뿐 일상 업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공천 탈락이 유독 관심사에 오른 이유는 그의 경력과 성향의 ‘특별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5공 시절 공안검사출신으로 옛 안기부 제 1차장을 지낸 그는 남다른 대북정보력을 자랑하는 당내 대표적인 ‘공안통.’
그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저격수 역할을 도맡은 탓에 진보-보수진영 간 호불호 여론이 극명히 엇갈리는 대표적인 인사이기도 하다.
3선 의원인 그는 그간 정치인생 10년이 넘는 동안 숱한 정치생명의 위기가 잇따랐지만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꿋꿋이 살아남아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계 입문 뒤부터 안기부 재직 때 ‘고문 관련 의혹 등이 몇 차례 제기되기도 했었고,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 속에서도 보수대 진보 대결구도를 벌였던 이철 현 철도공사 사장과 대결해 힘겨운 승리를 벌인바 있다.
1년 뒤인 2005년에는 40대 여성과의 이른바 ‘호텔방 묵주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바 있었고 최근 대선정국에서는 강경일조였던 그가 당의 대북정책을 ‘한반도 평화비전’이라는 이름의 전향적인 정책을 만들어내 보수단체들로부터 계란세례를 맞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었다. 이 문제로 정 의원은 보수단체 인사들을 고발, 재판 진행 중에 있기도 하다.
이처럼 끈질기고도 다이나믹한 정치인생과 이채로운 경력으로 진보, 보수진영을 망라한 ‘화제의 인물’인 그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일 터. 이 때문에 그가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하다.
이같은 ‘거물’ 정형근 최고위원을 물리친 공천된 인사도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정형근 의원을 물리친 내정자는 박민식 변호사. 외무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합격한 특수부 검사출신 변호사다.
성향면에서도 정 최고위원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정원 도청 사건 당시 주임검사를 맡아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박 내정자 본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검사 시절 언론으로부터 ‘불도저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무소속 등으로 대거 출마해 박 변호사와 이 지역에서 ‘리턴 매치’를 벌일지,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해 현 정권에서 다른 ‘살 길’을 모색할지 그의 끈질긴 생명력에 비춰 관심을 가져 볼만한 대목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