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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서로 어떤 놈인지 잘 아는데…”


입력 2021.11.01 08:30 수정 2021.11.01 08: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손가락질 항의에 “발가락질 하랴?”

“가깝지 않아서 캠프에 안 들어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없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10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문을 조응천 감사반장(왼쪽)에게 제출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10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문을 조응천 감사반장(왼쪽)에게 제출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게 두 부분이다.


1. “야당 의원들이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외치던 상황이었다. 저로선 최선의 대응이었다. 달리 말했으면 싸움이 났을 거다. 위트 정도로 봐줄 수 있는 말로 (싸움을) 피하면서 상황을 끝낸 것 뿐이다.”


2. “아휴, 서로 어떤 놈인지 잘 아는데…”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나”고 하겠지만 그 손가락이 유난히 눈에 띌 때도 있다.)

손가락질 항의에 “발가락질 하랴?”

그 이틀 전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한 마디 귀를 찌르는 말을 했었다.


“1급 이상 공무원은 집으로 가라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는 거다.”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는 ‘미스터 쓴 소리’라는 말로 시작됐던데 집권당 안에서 당론 혹은 당 분위기를 거스르는 말을 자주 한 탓에 언론이 붙인 별칭일 것이다. 그런데도 20대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당 공천을 받았다. 다만 첫 번째는 전략공천을 받았으나 두 번째는 경선을 거쳐야 했었다. 어쨌건 지금은 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로 건재하다.


그가 국토위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반장으로 진행을 맡았다. 그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이 “손가락질 하지마라”고 반발하자 조 의원은 “그럼 발가락질할까”라고 맞받았다. 그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위트 정도로 봐줄 수 있는 말”이라고 한 것이다.


그 자신은 그런 대응을 위트라고 여겼는지 모르겠지만 비유 자체는 아주 저속했다. ‘손가락질’이 갖는 의미나 뉘앙스를 몰라서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 ‘발가락질’ 수준으로 야당 의원의 항의를 희화화한 것은 넘치는 완장 과시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유의 말재간까지 포함해서 ‘미스터 쓴 소리’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라면 그 네이밍에 덩달아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집으로 가라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는 거다”라는 발언은 더 뜨악해진다. 관리자급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진퇴를 조직의 장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말이겠다. 국가공무원법도 제68조에 1급 공무원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降任: 하위 등급의 직위로 이동하는 내부임용의 한 유형) 또는 면직을 당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1급 공무원은 집권자가 정치적으로 쓸 수 있는 장기 말 혹은 바둑돌인 셈이다.

“가깝지 않아서 캠프에 안 들어갔다”

그것까지는 이해가 된다고 해도 ‘가라면 가는 것’을 미스터 쓴 소리라는 사람이 했다는 게 영 꺼림직 하다. 그 ‘쓴 소리’는 권력자나 그 집단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하위자에 대해서도 하는 것이구나 해서다. 더욱이 그 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임기 중 사임한 것에 대해 한 말이다. 공사 사장이니 준공무원에다 고위직이다. 신분보장을 확고히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나름의 임용절차를 거친 임기 직 사장이 사퇴압박을 받아 물러나야 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처럼 쉽게, 당연한 듯 말했다는 게 놀랍다.


그런데…‘미스터 쓴 소리’의 또 다른 얼굴을 주제 삼을 생각으로 쓰는 글이 아니다. “아휴, 서로 어떤 놈인지 잘 아는데…”라는 말에 끌려 시작했는데 서두가 길어졌을 뿐이다.


“이 후보와 가깝지 않나?”라고 인터뷰어가 물었다. 그래서 국감 때 편드는 인상을 준 것 아니냐는 뜻이었을 터이다.


“연수원 동기다. 동기가 300명이니 얼굴은 알았지만, 청년 이재명과 청년 조응천은 성향이 달랐다. 그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갔고, 나는 공안검사였다.”

“가까워서 편드는 건 아닌가?”

“가까웠으면 경선캠프에 들어가서 도왔을 거다.”

“도와달라는 말도 없었나.”


그 말에 ‘어떤 놈인지’ 운운하는 대답이 나왔다.


우선 말에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얼굴 정도 아는 사이였고, 성향은 아주 달랐다. 그런데도 국감 진행을 맡아서는 야당 의원에게 매몰찬 말을 해가면서 이 후보 역성을 들었다. 배임이 아니라는 게 법률가적인 판단이고 소신이었다고 하자. 오직 그 이유 때문에 진행자로서 야당 의원들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없나

가깝지 않아 경선캠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말은 너무 편하게 했다. ‘놈’은 예사 사이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겨우 얼굴만 아는 사이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무례 치고도 지나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놈’은 서로 너무 잘 아는 사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둘의 사이는 도대체 어느 쪽이라는 것인가. 인간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서로 상대를 연구해 본 결과 너무나 잘 알게 됐다는 뜻일까?


그렇다하고, 그래서 이 후보가 도와달라는 말조차 못했을 것이라면 이건 흔한 말로 지나친 깎아내리기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는 처지로 어떻게 내게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어”라고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조 의원 자신이 누구에게나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 후보가 잘 알기 때문에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들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라면 이 후보가 직언을 싫어하고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용렬한 사람이라는 말과 마찬가지가 된다.


그래서 조 의원의 그 ‘어떤 놈’ 표현 뒤쪽이 더 궁금해진다. 조 의원이 아는 이 후보는 어떤 인물인지….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여겼다면 자발적으로라도 캠프에 참여해서 도울 법도 한데 그럴 생각은 아니라고 한다. 상대가 자신의 조력을 부탁하지도 않지만 자신도 그럴 생각이 없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천거할 만한 인재는 아니라고 여긴다는 뜻일까?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 너무 교묘하게, 때로는 대단히 교활하게 정치적‧법적 그물을 벗어나는 이 후보의 모습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래서 이 후보와 자신이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캠프에 참여하지도 그걸 부탁하지도 않는다는 사람의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이다. ‘미스터 쓴 소리’답게 인물평을 ‘사이다’식으로 해주는 건 어떨까? 대장동 의혹에 대한 국민의 정확한 이해와 인식을 돕는다는 뜻으로라도!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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