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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드 리플레이⑰] ‘이리와 안아줘’ 스릴러와 로맨스의 적절한 조화


입력 2021.10.20 12:56 수정 2021.10.20 10:5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장기용·진기주의 섬세한 감정 연기

웰메이드로 호평

<편집자 주> 유튜브부터 각종 OTT 서비스까지,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드라마 재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또는 경쟁작이 너무 치열해서. 당시에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망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숨은 명작들을 찾아드립니다.


ⓒMBC ⓒMBC

201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아버지로 둔 경찰과 피해자의 딸을 다룬 작품이다. 서로의 첫사랑인 두 남녀가 세상의 낙인을 피해 살아가던 중 재회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담았다.


사이코패스 윤희재(허준호 분)의 잔혹한 범죄가 섬뜩함을 자아내는 한편, 그의 아들 채도진(장기용 분)과 피해자의 딸 한재이(진기주 분)가 연대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졌다. 스릴러와 로맨스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3~4% 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장기용·진기주가 그려낸 섬세한 감정들


배우 장동건, 박형식의 ‘슈츠’와 남궁민, 황정음의 ‘훈남정음’과 맞붙은 ‘이리와 안아줘’는 비교적 저조한 관심 속에 출발을 해야 했다. 지금은 주연 배우로 꾸준히 활약 중인 장기용, 진기주지만, 당시에는 이 드라마로 첫 주연에 도전장을 내민 신인 배우들이었던 것이다.


또한 로맨스 드라마로 예고됐던 ‘이리와 안아줘’가 초반 희대의 사이코패스 윤희재의 잔혹한 범죄를 다루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고, 기대와 다른 전개에 당혹감을 표현하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윤희재가 체포되고, 채도진과 한재이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사이코패스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 교감을 한다는 설정이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여질 수 있었으나, ‘이리와 안아줘’는 두 사람의 상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 채도진과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기에 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던 한재이의 애틋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으며 한 편의 탄탄한 감성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겉으로는 단단한 척 하지만,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했던 채도진, 한재이를 연기한 장기용과 진기주도 쉽지 않은 감정들을 표현하며 설득력을 높였다. 편견 가득한 시선에 내심 상처를 받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가 하면, 감정을 터뜨려야 할 땐 폭발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강약을 능숙하게 조절했었다. 후반부 해피엔딩이라는 어쩌면 판타지와도 같은 결말을 납득 시킨 데에는 두 사람의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몫을 했었다.


결국 두 사람의 감정선을 차근차근 따라간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호평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 작품을 ‘웰메이드’라고 표현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잔혹 범죄 아닌, 피해자 아픔 위로하는 따뜻함


사이코패스, 또는 잔혹 범죄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잔혹성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우스’, ‘괴물’ 등 스릴러물들이 잔혹 범죄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피해자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 방점을 찍는 드라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우스’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 오봉이(박주현 분)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괴물’은 연쇄살인범에게 동생을 잃은 형사 이동식(신하균 분)이 범죄자를 직접 검거하고, 나아가 묻어둔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되찾는 과정이 스릴감 넘치면서도 뭉클하게 담겼었다.


‘이리와 안아줘’ 역시 방송 초반에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와 연쇄살인범에게 부모를 잃은 피해자와 가해자 아들의 로맨스가 자칫 자극적으로 담기진 않을지 우려를 샀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범죄를 부각하기보단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며 범죄 미화의 우려에서 벗어났다.


특히 사이코패스 윤희재에게 어떠한 사연도 부여하지 않고, 완벽한 악인으로 남게 하면서 피해자들을 보듬는 따뜻함까지 보여줬다. 스릴러와 로맨스의 완벽한 조화로 흥미와 위로 모두를 놓치지 않은 ‘이리와 안아줘’는 새로운 스릴러, 로맨스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역일 작품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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