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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따위가 내 스펙을 평가한다?"…기업 선호 AI면접, 취준생은 불신


입력 2021.10.18 05:19 수정 2021.10.15 18:22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취준생 "신뢰할 수 없는 분석 알고리즘, 기계 프로세스에 취준생들만 이용?"

전문가 "비용 절감적 측면, 세세한 파악, 보완적 역할 이유 등으로 기업들 AI면접 선호"

"현재 기업도 AI면접 개선점 적극 모색중…오랜 실무 경험자의 직관과 결합시키면 더 나은 채용될 것"

AI면접ⓒ게티이미지뱅크 AI면접ⓒ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도 인사 채용 과정에서 비대면이 가능한 인공지능(AI) 면접을 전면 도입해 활성화하고 있다. 지원자의 역량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AI면접 덕에 채용 과정에서 기업들이 바라는 효율성과 편의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불필요한 면접 추가와 과도한 '필터링' 등 AI면접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기계가 나의 스펙을 평가하는데 대해 신뢰를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거나 적게 뽑으면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은 점점 높아졌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준생들의 수는 1년 전보다 6% 넘게 늘어난 87만4000 명으로 집계됐고, 이는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03년 이후 최고 수치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7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약 17% 증가했고, 20대가 58만900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도입된 기업들의 AI면접은 기업들이 원하는 효율성은 충족시켜주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실효성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이 모(27)씨는 "2년 전만 해도 AI면접은 지원자 성향 참고용이었지만 코로나19로 대면면접이 불가능해지면서 아예 채용 과정으로 도입한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서류 통과 후 곧바로 AI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걸러내거나 서류 접수 때부터 AI면접도 함께 제출해 면접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자기소개 90초, 성격의 장단점 60초, 직무 지원동기 60초 공통질문 후, 인성질문과 이와 관련된 게임을 통해 성향을 알아보는 방식이 있는데, 누군가는 고득점을 받아도 불합격 통보를 받고 반대로 낮은 점수가 나왔음에도 합격이 되는 사례를 자주 목격했다"며 "제대로 된 모범사례나 결과값도 없는 것 같아 오히려 면접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 모(30)씨 역시 "기업이 설정한 기준 등을 과연 AI면접으로 가려낼 수 있을 지 의문이고 결과조차도 알 수 없어 AI면접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며 "기업이 추구하는 모습과 내 성향이 일치해야 합격하는 것이겠지만, AI면접의 몇 가지 표면적인 질문들로 취준생들을 평가하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정 모(27)씨도 과거 취업을 준비하며 호기심으로 AI면접을 경험했다. 그는 "솔직히 기계가 검증한다는 자체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내가 말한 대답이 정확하게 입력이 돼 전달된 것인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고 AI면접이라는 것이 데이터 결과로만 판별되는 것인데, 결과를 정확히 통보해 주지도 않아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29)씨는 "지원한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스펙을 쌓아도 확실하지 않은 분석 알고리즘으로 내 스펙 자체가 평가저하 받는 기분"이라며 "도입된 지 얼마되지도 않은 프로세스에 하루라도 빨리 취업하고 싶은 취준생들을 실험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채용면접ⓒ게티이미지뱅크 채용면접ⓒ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대해 인사담당자와 전문가들은 직무와 부합하는 적합자를 찾기 위한 확률을 높이기 위해 AI면접을 도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우 취업포털 인크루트 팀장은 "면접 일정을 잡고 장소를 마련하고 때에 따라선 면접비까지 지원해줘야하는 기업들은 비용 절감적인 측면에서 AI면접과 비대면 시험들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여기에 AI면접 같은 경우 지원자의 영상을 녹화해 더욱 세세하게 면접자의 모습이나 답변 성향 등을 파악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자에 대한 AI면접을 100퍼센트 다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인사담당자가 찾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 정도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소장은 "빅데이터를 통해 어떤 사람이 이런 직무를 맡으면 향후 업무 성과 높아진다는 예측 모형을 만들고 AI면접에 적용하는 것으로, 지원자가 가진 여러 변수와 기존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호 조율해 평가한다"며 "코로나가 AI면접 도입을 앞당겼고, 현재 AI면접 채용 시도를 통해 면접 보완점을 계속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어 "채용 단계에서 합격했지만 입사 후 업무와 적합하지 않은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등 사람을 채용하는 데에는 예상 외로 복합적인 부분들이 많아 AI면접에만 기대어 평가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AI가 판단할 수 없는 지원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을 오랜 실무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직관과 결합해 채용한다면 더 나은 채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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