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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들의 날갯짓①] 가수 뒤에만 섰던 댄서들, 무대 위 주인공이 되다


입력 2021.10.14 14:01 수정 2021.10.15 08:4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케이팝 열풍 따라 댄서들도 함께 인기

'스우파', 댄서 팬덤 효과 번져

어딜 가나 '스트릿 우먼 파이트'(이하 ‘스우파’)에 출연하는 댄서들의 이야기가 한창이다. ‘스우파’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여덟 개의 여성 크루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비교적 인지도가 높았던 훅의 아이키를 시작으로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웨이비의 노제, 홀리뱅의 허니제이 등은 뛰어난 실력과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견고한 팬덤을 쌓아 스타 댄서의 탄생을 알렸다. 아이즈원 출신의 이채원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참전했으나 ‘흙속의 진주’ 같은 댄서들의 실력에 가려 이번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


ⓒ엠넷 ⓒ엠넷

영향력도 커졌다. 출연 댄서들의 SNS 팔로워는 증가했고, 패션 등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 광고 모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무대에 오른 가수 뒤에서 배경이 되는 직업으로 인식돼 '백'댄서로 불렸던 댄서들이 이제 주인공이 된 시대가 온 것이다.


가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의미로 백댄서를 지양하고 백업댄서란 말로 쓰여야 한단 목소리가 높았으나 '딴따라'로 불리며 과거부터 사용된 '백댄서'란 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댄서' 앞에 어떤 단어도 필요치 않게 됐다.


1990년대 중반 댄스 그룹이 인기가 높아지고 댄서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할 무렵, 댄서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소위 말해 공부를 하지 않고 놀기 위해 춤을 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백수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BX 모델에이전시, 유어 바이브 ⓒBX 모델에이전시, 유어 바이브

그런 댄서들이 현재 각광받는 이유는 수년전부터 불어온 케이팝(K-POP)의 전 세계적 열풍 때문이다.


빅뱅 태양과 무대에 섰던 안무팀 크레이지 출신 김지혜는 당시 패션화보를 찍을 만큼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았다. 빅뱅, 싸이, 제시 댄서로 활동한 최혜진은 BX 모델에이전시와 계약해 패션 화보부터 연예 콘텐츠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최혜진’은 15만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아이돌 문화가 자리 잡고 케이팝(K-POP) 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면서 댄서들을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이유가 큰 몫을 했다.


이런 인기는 국내 가수들이 안무를 구성할 때 해외에 의존하던 흐름에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대 중반 해외 안무가에서 안무를 의뢰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대표적으로 저스틴 비버, 태민 ‘괴도’, 빅스 ‘사슬’ 등의 안무를 제작한 유명 해외 안무가 이안 이스트우드(Ian Eastwood), 브리트니 스피어스, 카일리 미노그, 쟈넷 잭슨 등과 작업하고 국내에서는 동방신기 ‘캐치 미’(Cathc me), 샤이니 ‘에브리바디’(Everybody), 엑소 ‘중독’을 만든 토니 테스타(Tony Testa) 등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고액의 해외 안무가들이 아니어도 리아킴, 권재승, 최영준, 백구영, 장주희를 비롯해 '스우파'에도 출연 중인 YGX, 홀리뱅, 라치카 등의 크루들이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무를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이 커버 영상을 올린다.


댄스들의 국내외 위상 증가는 자연스럽게 대중의 인식의 변화와 참여를 이끌어냈다.


댄서를 장래희망으로 삼거나 취미로 접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춤을 가르쳐주는 학원들이 늘어나고 대학교에는 실용무용학과가 생겨 선생님, 교수님이 될 수도 있다. 수요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인지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열아홉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현재 25년째 댄서로 활동 중인 오정호 씨는 달라진 댄서들의 위상과 환경을 피부로 실감한다. 오씨가 댄스를 시작할 때만 때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전무했다. 이제는 유튜브, 학원, 안무팀의 문을 두드리며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오씨는 "과거에는 성숙하지 못한 시스템 밑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보호 받지 못했다. 예전에는 안무팀을 이끄는 단장이 스무 살 초반, 많아봐야 스물일곱 여덟 살 정도였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팀을 꾸리고 미성년자를 데리고 일했다. 댄서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는데, 실제로 그들 중 엇나가거나 도덕의식이 부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 밑에서 활동하다 보면 돈을 못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금기시됐었다"라고 과거의 환경을 전했다.


그렇다 보니 댄서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어려워, ‘투잡’, ‘쓰리잡’을 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현실과 타협해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아이돌 그룹의 백업댄서로 활동했던 A씨는 "활동할 때 음악방송, 행사 등을 소화하면 한 달 생활비로 빠듯했다. 게다가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 무대 위에 오르고 즐길 때는 좋았지만 내려오는 순간, 다음 달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몸으로 하는 일이니 수명이 짧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고민 끝에 그만뒀다"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이 댄서를 둘러싼 인식은 분명 변했다. 부정적 시선과 열악했던 환경이 아직 존재하지만 확실히 분위기는 달라졌다. 케이팝의 글로벌적인 인기와 '스우파'가 가져온 열풍으로 지금 댄서들은 그야말로 오래전부터 차려온 밥상을 이제부터 맛을 보게 됐다. 그러 관심을 현재,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댄서들의 생각이다.


최근 ‘스우파’에 출연한 댄서들이 과거 학교 폭력 의혹과 레슨비 먹튀, 인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애써 끌어온 관심을 얼룩지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므로 댄서로서 본분을 잃지 말고 예전과 다른 영향력을 인지해야 한다.


춤을 잘 추고, 자신이 직접 어필해 스타가 되길 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성숙한 직업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오정호 씨는 "미래가 두렵고 안정적이지 못하니 경쟁이 치열해진다. 경쟁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위험을 안기기도 하고 본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경쟁과 불안함으로 마음의 병을 얻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 자체적으로 신 안에서 위협하는 분위기를 지양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이 지금 댄서에게 쏠렸고, 그 관심을 통해서 이 부분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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