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재생의학을 말하다 ②] "인보사 임상 성공했다면, 줄기세포 재생의학 검증됐을 것"


입력 2021.10.23 00:22 수정 2021.10.24 17:57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데일리안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데일리안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염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본능이었다. "오래 살지 않아도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만 살고 싶다"는 결연한 외침은 존재의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이 애써 만들어낸 위로의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의학은 불로장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 인류 공생의 지향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은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을 넘어 이제 재생의학의 영역에 머물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상욱 교수는 우선 재생의학과 줄기세포 치료를 동일시하는 것부터 경계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학문적 발전이 가능해지면서 재생의학의 단초가 열린 것은 맞지만,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스며드는 한 줄기 강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보사'의 임상이 성공했다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 분야가 검증된 치료법이 될 수도 있었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ice)' 같은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법론이 더 많이 쏟아져야 재생의학이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재생의학이란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한 것인가?


인간은 늙거나 다치거나 병에 걸려 신체 일부의 손상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예전으로 회복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치유 또는 회복이라고 하는데, 예전 상태로 기능이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 가능한 예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의학적 분야를 재생의학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관절의 연골이 닳아서 관절염이 발생하고 통증이 있는 경우 연골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해독작용을 하는 간세포가 딱딱한 섬유화세포로 대체되는 간경화가 발생해 해독 작용을 못하는 경우 간세포의 증식을 유도하여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 등을 말한다. 따라서 모든 치료의학의 적용 후 스스로 복구되지 못하거나 회복하지 못하는 인간의 신체조직과 장기 등의 기능을 복구시키는 의학적 기술을 말하는 만큼 그 범위는 매우 방대하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학문적 발전에 제한이 있었다. 최근 줄기세포에 대한 학문적 발전이 가능해지면서 재생의학의 단초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재생의학과 줄기세포 치료를 동일시 할 수는 없고, 다만 거대한 의학의 한 분야로 부상하는 재생의학을 실현할 수 있는 한 분야 정도가 줄기세포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재생의학은 현재 어떤 치료에 쓰이고 있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의학은 병을 치료해주고 나머지는 병원에 입원시켜 침대에 눕히고 스스로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반면 동양의학은 과학으로 발전은 못했지만(객관성과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함), 회복에 대한 적극적인 개념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양의학은 본질적으로 재생의학에 대한 개념이 늦게 만들어졌고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수술시 인체유래 조직(피부, 뼈 등)을 이용하는 수술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재생의학 관련 치료제들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 분야는 아직까지는 검증된 치료법이 될 수 없다. 코오롱생명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의 임상이 성공했다면 검증된 치료법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재생의학 하면, 일반인들은 줄기세포 치료를 가장 많이 떠올린다. 줄기세포 치료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첫째 치료 효과가 어떤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다른 사람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관절치료 외 다른 분야에 적용할 때 면역반응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줄기세포가 인체에서 분화하고 증식하는 경우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긴 어렵지만 손상된 폐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의학기술이 생길 경우 심각한 폐렴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를 이용해 시간을 끌고 폐 기능을 회복시킨다면 환자를 도와 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세계의 재생의학 수준과 비교해 우리나라 재생의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치료의학의 발전은 높은 편이지만 아직까지 연구 단계에 있는 재생의학에 대한 활성화는 크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획기적인 방법론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연구 단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재생의학의 발전 가능성, 어떻게 보는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나?


재생의학은 치료의학, 예방의학처럼 의학분야에서 거대한 분야로 성장하고는 있다. 하지만 치료의학이나 예방의학과 같은 위치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법론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공학 기술로 만들어지는 표피성장인자(EGF: 이상욱 교수가 임상을 진행했지만 실패),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등도 재생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이고, 신경재생분야도 재생의학에서 중요한 분야이다. 특히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같은 경우도 재생의학 발전(가정하자면 유전자치료 등으로)이 해결할 수 있는 분야로 사료된다.


방금 말씀하신 그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법론 가운데 하나가 젬바이오사이언스의 '인간화 마우스'인가?

(이상욱 교수는 2017년 서울아산병원아산생명과학연구원 소속원들이 설립한 젬바이오사이언스의 이사회 의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다. 편집자主)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ice)'는 한마디로, 겉은 쥐인데 속은 사람인 쥐를 말한다. 면역결핍 상태인 쥐에게 인간의 정상 조직이나 면역 시스템을 이식해 인간과 똑같은 생체 구조를 갖게 하는 것으로, 기존의 실험용 쥐 '모르모트'가 가진 한계로 탄생했다. '모르모트'는 사람과는 다른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최근 바이오 신약·항암제 등에선 종(種) 간 거부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인간과 면역체계가 일치하는 실험용 동물에 대한 절실한 요구가 대두됐다. '인간화 마우스'는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 가운데 면역 항암제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인간화 마우스'의 개발을 앞당겼다. 그런데 면역 항암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간 면역체계가 필요하지만 개발 초기 단계의 면역 항암제를 인간의 몸에 투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어 임상 연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윤리적 딜레마로 그동안 재생의학이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학문적 발전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갖춘 '인간화 마우스'가 이것을 해결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화 마우스'가 재생의학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정채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