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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학을 말하다 ①] "암세포 완전 박멸의 꿈, 그 희망의 여정"


입력 2021.10.22 00:23 수정 2021.10.24 17:40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강은주 교수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강은주 교수 ⓒ데일리안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강은주 교수 ⓒ데일리안

인간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0% 정도라고 한다. 3명 가운데 1명 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암은 듣기만 해도 무서운 질병이지만 동시에 흔한 병이다. 환경호르몬과 공해, 식생활의 변화,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등 인간이 암에 걸리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은 항상 차고 넘치지만 이것마저도 전부가 아니라는데 실망감은 배가된다. 평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온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요인 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진화론적으로 암은 수억 년의 역사를 지닌 척추동물의 숙명이고, 포유류 중에서도 거의 인간만의 병으로 귀결되자 인간은 기꺼이 암 정복의 도정에 나섰다. 그리고 그 불가능하기만 할 것 같던 꿈을 이뤄줄 가장 중요한 방책의 하나로 재생의학을 거머쥐게 됐다. 손상된 조직과 세포를 재생·회복시켜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 재생의학의 요체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강은주 교수는 인체의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고 무한증식하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활용해 분화된 면역세포의 면역 항암제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이것으로 암세포 사멸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생의학의 궁극적인 지향은 암세포의 완전한 박멸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강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재생의학이란 어떤 것인가?


재생의학이란 손상된 조직이나 세포를 정상조직이나 세포로 회복시키는 의학 분야를 의미한다. 재생의학은 새로운 조직이나 세포의 재생을 위한 성장인자, 저분자 화합물, 중간엽 줄기세포(Mesencymal stem cells, MSCs) 등의 자극에 의해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나 표적조직의 전구세포가 재생되는 경우와, 이식한 조직공학 물질이나 줄기세포 혹은 표적세포로 분화된 세포가 손상된 조직이나 세포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외부 유전자를 인체에 도입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해 세포의 손상을 예방하거나 회복시키는 기술도 포함된다.


현재 재생의학은 어떤 치료에 쓰이고 있나?


현재 시판되는 재생의학 치료제로는 관절염 치료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카티스템, 조인트스템과 최근에 원치 않는 세포가 혼합되는 문제로 퇴출된 인보사 등이 있다. 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재생의학 제제는 안전성 담보가 중요하게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전신질환이나 신체의 중요 기관보다는 국소 조직에 대한 치료제가 먼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안과질환, 척추질환, 퇴행성 뇌질환, 대사성질환, 심혈관계 질환, 혈액질환 등에 관련해서도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제한적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한다.


그런 재생의학 치료제들, 검증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나?


당연하다. 생물학 제제이기 때문에 다른 신약개발 보다 더 까다로운 규제와 평가, 질환에 대한 동물실험, 환자 임상시험을 다 통과해 치료법으로 검증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제품이라면 믿고 사용할 수 좋다.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나?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에 대한 과잉방어 반응으로 과도하게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과잉염증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난다고 한다. 중간엽 줄기세포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 기전 중에 하나는 인체 면역체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줄기세포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되더라도 기관지 및 폐세포가 파괴되는 경우가 있는데, 분화된 폐세포를 이식해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의학 하면 일반인들은 줄기세포 치료를 가장 많이 떠올린다. 줄기세포 치료는 비용이 비싸고 부작용도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접하는 치료법보다는 비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유럽에 공급되는 희귀 혈액질환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진테글로의 경우 1회 투여에 치료 비용이 20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 치료제는 환자유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고 필요한 만큼 다시 증폭 후 환자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일단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환자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생산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때문에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분할납부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개발되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범용성이 가능하게 개발되고 있고 이는 대량생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보편화되고 의료보험의 적용되면 가격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더 나아가 국가 연구비를 이용해 개발된 치료제라면 국가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그 수익금으로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사료된다.


부작용은 면역조절에 탁월한 중간엽 줄기세포의 경우 거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가된 기관에서 표준화 치료법에 맞게 시술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표적세포로 분화된 치료제도 대부분 극소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면역 적합 등을 잘 고려한다면 부작용이 낮을 것 같다. 면역세포 치료제의 경우 전신적으로 영향을 미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연구가 더 진행돼 이런 고려 사항들이 명확해진다면 부작용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재생의학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생의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생의학 분야도 국내와 국외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문 학회와 학술지를 통해 연구자들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준도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이런 첨단 연구가 임상에 바로 적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자가 혈액에서 분리한 물질을 탈모 방지를 위해 머리 피부에 주입한다거나 상처 치유를 위해 보조 물질과 혼합해 상처 부위에 도포하는 등의 시술은 전국적으로 상용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재생의학의 발전 가능성, 어떻게 보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나?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 즉 전분화능의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조직이나 세포의 재생을 넘어, 분화된 면역세포는 면역 항암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면역 항암제의 기능을 강화해 더 효과적으로 원하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외부 유전자를 도입해야 하는데, 인체에서 얻은 면역세포(자살세포, T세포 등)는 증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무한증식하기 때문에 위의 기술도입이 용이하다. 또한 인공적혈구나 혈소판도 생산할 수 있어 미래에는 헌혈 없이 공장에서 수혈용 인공 혈액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규제와 제도가 그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재생의학 분야도 이런 고충이 있다. 시대에 맞게, 전문가와 국민이 공감하는 법률 개정이 있다면 신속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난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됐다. 개발된 첨단재생의약품이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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