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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주여건 아직, 가격 두배…대장동 입주민·원주민 모두 '불만'


입력 2021.09.29 05:31 수정 2021.09.28 22:12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계획가구 절반 입주했지만, 인프라 턱없이 부족

도로 곳곳 공사차량 즐비, 입주민 '난개발' 우려도

입주시기에 이례적으로 2배나 뛴 집값

"헐값 토지수용, 특정인들만 돈방석…원주민 불만 당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연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것과 달리 실제 대장지구 분위기는 조용했다. 올 상반기 입주한 대장지구 내 단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연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것과 달리 실제 대장지구 분위기는 조용했다. 올 상반기 입주한 대장지구 내 단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신도시 중에서 이렇게 입주 시기에 집값이 분양가 두 배로 뛴 곳이 없어요. 아직 사람 살 만한 환경이 못 되는데 '남판교' 입지에 사업이 빨리 추진되면서 말 그대로 거품이 낄 대로 낀 거죠. 매매 알아보시는 분들은 오시면 저희가 돌려보내요."


지난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지)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연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것과 달리 실제 대장지구 분위기는 조용했다.


대장지구는 판교와 용인 수지구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통상 10년가량 소요되는 택지개발사업이지만 민관협력 방식을 택하면서 착공 후 불과 3년 반 만에 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곳이다.


지난 5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7개 단지(3559가구) 대부분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나머지 단지들은 오는 11월께 입주할 예정이다. 성남시가 계획한 6000여가구 중 절반 이상이 입주를 완료했지만, 기자는 입주민보다 건설현장 근로자를 더 많이 마주했다. 도로에는 공사현장을 오가는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이 즐비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A씨는 "그 흔한 편의점 하나를 가려면 몇 분을 걸어가야 한다"며 "입주 초기에는 당연하겠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교통이라도 잘 돼 있으면 덜 불편할 텐데 오가는 버스는 많아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을 다니는 버스를 찾기는 힘들다"며 "택시도 안 잡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공사 중인 단지와 소형 빌라 및 오피스텔 등이 뒤섞여 있다는 점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입주민들은 공사 중인 단지와 소형 빌라 및 오피스텔 등이 뒤섞여 있다는 점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그나마 일부 단지 앞 시야를 가로막던 송전탑은 오는 10월 철거될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공사 중인 단지와 소형 빌라 및 오피스텔 등이 뒤섞여 있다는 점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이 컸다.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에 거주하는 B씨는 "흙이며 자갈이며 인도도 지저분하고 공사차량이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엄마들이 일일이 아이들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며 "잠깐 방심한 사이에 아이가 도로로 무작정 뛰어가서 아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판교대장초 하교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쏟아져 나왔다. 아이 가방을 멘 엄마는 아이가 뛰어가지 못하도록 손을 꼭 붙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길 반복했다.


또 B씨는 "여기는 입주하고 바로 옆 단지는 공사 중이고, 입주도 계획적이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이뤄진 느낌"이라며 "대장동 논란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개발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한다"고 토로했다.


대장지구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5~6월은 돼야 인프라가 80% 정도 갖춰질 것"이라며 "입주민이나 세입자에게 그때까지 견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설명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여느 신도시 입주 초기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주거 인프라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지만, 집값은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기존 대장동 원주민들에겐 넘볼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대장지구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34평 기준 분양권 매매가격은 분양가만큼 웃돈이 붙어 14~15억원을 호가한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대장지구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34평 기준 분양권 매매가격은 분양가만큼 웃돈이 붙어 14~15억원을 호가한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대장지구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34평 기준 분양권 매매가격은 분양가만큼 웃돈이 붙어 14~15억원을 호가한다. 47평형대는 24억원 수준을 보인다. 통상 입주시기가 도래하면 떨어지는 전셋값도 대장지구에선 예외다. 34평 기준 전세보증금은 분양가를 훌쩍 넘어 최소 7억500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이에 개발 당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토지보상을 받은 원주민들은 성남의뜰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낮은 토지보상금으로 헐값에 토지를 수용한 뒤 특정 투자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 부당하단 입장이다.


수지구 고기동 일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나 분당도 입주 4~5년 후에나 집값이 상승했는데 대장지구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정상적이지 않은 수준으로 집값이 뛰고 있다"며 "대장동 원주민들이 고기동으로 많이 넘어왔는데 길 하나 건너면 되는 곳을 이제는 갈 수 없게 돼 버렸으니 오죽 답답하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시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저가로 보상이 이뤄진 데 대한 불만이 이제 와 터지는 것 같다"며 "원주민 입장에선 헐값에 빼앗기다시피 한 토지를 비싸게 팔아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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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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