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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살인을 부른다 ①] 층간소음 유발자들 "그럴 수도 있지"


입력 2021.09.29 04:51 수정 2021.09.28 19:37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낡은 주택·취약한 방음 등으로 층간소음 야기…적반하장 태도에 보복·살인으로 이어져

코로나19 재택근무나 온라인 비대면 수업 등으로 전화상담·불만제기 횟수 급증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층간소음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나 온라인 비대면 수업 등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보내면서 단순한 이웃 간의 분쟁으로 여겨졌던 층간소음이 살인 등 돌이킬 수 없는 중대 범죄로까지 이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7일 전남 여수서 층간소음 때문에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흉기로 살해하고 심한 부상을 입힌 30대 남성이 살인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 17일에도 층간소음 문제로 관계 기관에 1차례 신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6월 경기 안양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한 50대 남성이 아파트 위층 주민의 집 현관문에 인분을 발랐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화상담 신청 건수는 23만8397건이다. 아울러 지난해 전화상담 신청은 4만2250건으로 2019년 2만6257건 대비 60.9% 증가했다. 특히 올해 1∼8월 상담 신청이 3만207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2019년 한 해 건수보다 많은 수치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밤 10시에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뛰어노는 소리에 위층과 약 한달간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을 해왔다"며 "회사를 다니며 체력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잠귀가 어두워 몰랐는데 코로나 이후 재택을 하면서 알게 된 소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위층을 찾아가 건의했을 때는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들었지만 변한 것이 없어 다시 찾아 갔을 때는 적반하장으로 나와 싸우려고 들었다"며 "경비실에 신고를 해봤지만 중간에서의 중재가 다였고 다른 세대도 똑같이 층간소음으로 문제가 많다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화성시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모(33)씨는 "새로 입주한 오피스텔이 날림으로 지어졌는지 방음이 하나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옆집 사람이 밤마다 친구를 불러와 새벽 4시까지 술판을 벌이는데 대면으로 따졌다가 무슨 보복을 당할지 몰라 시끄러울 때마다 헤어드라이기를 작동시키거나 벽을 치거나 하는 등의 시도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 씨는 이어 "위층도 갓난아이가 있는 신혼부부가 사는 것 같은데 밤마다 아기가 자꾸 울고 보채는 소리가 들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생긴 적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도 "윗집이 새벽마다 세탁기나 청소기를 돌려서 메모를 붙여서 항의한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윗집으로부터 '바쁜 직장인이라서 이해해 달라'는 답장만 돌아왔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남자친구가 직접 대면으로 항의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2)씨는 "대학가 근처라 오래된 주택이 많고 방음이 제대로 안됐는데, 옆집 남자가 여자친구를 데려와 동 틀 때까지 시끄럽게 떠들거나 새벽에 친구들이랑 피파(게임)를 하며 소리지르는 것이 다 들린다"며 "시험기간에 공부할 때는 집중이 하나도 안돼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분노했다.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지만 층간소음 유발자의 적반하장 태도 때문에 각종 보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박모(23)씨는 "윗집이 개를 키우는데 새벽마다 짖어서 관리실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무시만 당했다"며 "인터넷에서 보니 경찰은 도움이 안되고 직접 찾아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서 고민하다 매일 화장실과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털어놓았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29)씨는 "위층 사람이 늦은 밤마다 운동기구를 굴리는 층간소음을 내는데 항의를 해도 듣지를 않아 인터넷을 보고 우퍼스피커를 구매했다"며 "계속 시끄럽게 하면 스피커를 통해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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