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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변인' 논란 정의용, 해명도 중국 입장 대변


입력 2021.09.25 04:30 수정 2021.09.24 23:06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미국 아니라 어디서라도 그런 입장 표시해야한다"

노골적 친중외교 지적에 '언론탓'…"공정보도 아냐"

임기 말 '남북이벤트' 노린 정부의 '대중밀착' 해석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 옹호' 논란에 대한 해명과정에서 또 다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장을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대북정책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미중 줄타기' 노선에서 벗어나 중국에 다가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 장관은 23일(현지시각)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중국이 강압적이라고 여러 나라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중국이 아직 우리나라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은 물론, 최근 김치·한복·삼계탕 등이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는 동북공정이 문제가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정 장관은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중국의 공세적 외교는 당연하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것에 대해 "어느 나라든 자기 주장은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중국, 한국, 일본, 미국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잊었나…"中, 강압적으로 안해"


그는 논란의 원인을 '언론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천천히 뜯어보고 그래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그 때 비판해 달라"면서 "한 파트만 놓고 '외교부 장관이 중국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공정한 보도가 아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어 "어떤 '국가 블록'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면 안 된다. 내가 미국에 왔다고 해서 그런 얘기도 못하나"라면서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자기주장을 다른 나라에 강요해서는 안 되고, 그런 주장을 따를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중국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공세적(assertive)인 모습을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 입장을 옹호했다. 미국과 한국·일본·호주를 '반(反)중국' 국가 블록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중국의 외교를 지적할 때 쓰는 '공세적'이란 표현에 대해 '냉전식 사고'라고 맞받아 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엔총회 연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베이징 '남북 이벤트' 노린 노골적 친중"


정 장관의 노골적인 친중 발언 배경에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보고,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끌어내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외교가 안팎에선 정부가 임기말 '남북 이벤트'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유엔 대사를 지낸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중국이 과거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할 때와는 달리 현재는 미국과의 대립각이 아주 강해졌다"면서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밀착하는 움직임이 자칫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정 장관은 중국의 외교부장인가(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분야 전직 관계자는 "중국을 두둔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미국의 반대지점에 서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임기말 급진적 시도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번 무너진 외교신뢰를 복원하는 것은 몇십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뤄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보면 중국도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미국에 가서 중국의 입장을 지나치게 옹호할 경우,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얽매여 눈치만 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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