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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⑬] 1991년 모가디슈, 2021년 ‘모가디슈’ 그리고 카불


입력 2021.08.29 15:18 수정 2021.08.30 08:0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모가디슈'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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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UN 가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한신성 한국 대사를 비롯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친다. 그러던 중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생한다. 통신은 끊기고, 식량마저 아슬아슬한 상황. 소말리아 사람들과 반군은 외국 대사관까지도 공격한다. 그러던 중 소말리아인들에게 공격을 받은 북한 대사관 일행들이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남북한 대사들과 관계자들의 목표는 하나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것이다. (줄거리)


유명준 : ‘모가디슈’ 300만 갈 것 같은지?


홍종선 : 간다. 가야만 한다. 갔으면 좋겠다. 간다에 한표.


류지윤 : 갈 때까지 관을 열어놓을 것 같아요. 저도 간다에 던지겠습니다.


유명준 : ‘싱크홀’과 ‘인질’의 흥행에 따라 달라지겠죠.


홍종선 : ‘인질’이 잘된다면, 배급사는 달라도 제작사 외유내강은 어차피 웃는 상황. ^^


(대화 시점에 누적 관객수 270만 명대였던 ‘모가디슈’는 8월 29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301만 3000여명을 기록했다.)


유명준 : 그렇죠. 그런데 확실히 시간이 갈수록 평점은 떨어져요. 다른 영화 탓이기도 하지만, 이전에 말한 남북한 구성원들의 인연에 대해 허술하다는 평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인 듯요. "우리는 한민족이다"를 후반부에 관객들이 알아서 느끼고, 알아서 감동하라는. ‘모가디슈’를 두 번 봤는데, 이 부분은 계속 아쉽더라고요.


류지윤 : ‘모가디슈’가 새롭다는 평을 듣는 게 ‘신파를 빼고 담백하게 남북한 관계를 그렸다’인데, 이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홍종선 : 맞아요. 조금이라도 친해질 접점이 미리 있기는 남북관계상 어려웠다 해도, 대사관 안으로 들일 때의 급반전에 대해 설득력이 약하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김윤석과 조인성이 털퍼덕 앉아서 '그래서 어젯밤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나'를 놓고 나누는 얘기로 좀 커버가 됐다 생각해요. 그리고 "그래도 함께 나갈 방법이 있는데"라는 한신성의 말, 김윤석 배우의 대사로 남북을 떠나 휴머니즘, 인간미 차원에서 바라봐 달라는 감독의 생각이 읽히기도 하고요.


유명준 :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돌아올 때 북한 사람들이 문을 연 후의 장면. 감독이 긴장감을 주려 했는지, 아니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친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 몰라도, 전 굉장히 어색했어요. 카체이싱 장면을 홍보 포인트로 넣긴 했는데, 전 그 부분을 조금 줄이고 차라리 대사관 내 상황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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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긴장을 주려 한 거겠지. 남쪽은 여자 셋에 남자 하나뿐이고 북쪽은 건장한 남자만 네 명이니까. 그새 역전이 됐을 수 있다…는 긴장. 대사관 들어오기 전에 림용수 대사가 “여차하면 우리가 장악할 수도 있고”라는 말도 했었으니까요. 그 장면을 통해서 남북 간에 얼마나 불신이 있고 오해가 있는지를 류승완 감독이 보여 주려 했다 싶어요.


카체이싱은 액션 전문 감독 류승완이다 보니 관객이 기대하는 바도 있고 그 장면마저 없으면 진짜 휴머니즘 드라마라 흥행 지수 확 떨어질 것을 우려해 넣은 듯요. 저도 모가디슈를 두 번 봤는데. 월드타워 멀어서 가기 싫어하는데 애트모스관에서 돌비시스템으로 보고 싶어 갔는데. 와, 음향과 음악 다르다고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더라고요.


유명준 : 김윤석과 허준호의 관계는 이해가 되긴 해요. 서로 죽일 듯 싸우다가 어쩔 수 없이 합치고, 티격태격 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손을 잡고. 게다가 결국은 둘 다 자신들보다는 서로의 대사관 식구들을 위해 뛰었으니. 그런데 사실 후반부에 헤어질 때 감정 공유는 김윤석 부인인 김소진이었거든요. 아쉬웠죠.


류지윤 : 우리는 그 때의 감정이나 상황을 잘 모르니까 연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조금 더 담아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긴 했어요. 대사관 상황이 적어서.


홍종선 : 맞아. 그래야 마지막 나이로비 공항에서 내릴 때의 그 감정 공유가 더 다가왔을 것.


유명준 : 어쩌면 나이대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어린 나이대는 남북한 갈등 보다는 액션에,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갈등에.


홍종선 : 맞아, 나 후자. ^^


류지윤 : 액션에 더 감흥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저도 남북한 감정에 더 집중하고 있었어요. ^^


유명준 : 사실 카체이싱 장면은 아무리 잘 찍어도 이제 너무 많이 봐서 ‘우와’가 나오기에는 ‘분노의 질주’가 한국 관객 눈을 너무 높여놨어요. ^^


홍종선 : 책과 모래주머니 단 아이디어는 새로웠어요.


류지윤 : 맞아요. 그건 비주얼적으로 확실히 새로웠어요.


유명준 : 어찌 보면 좀비 영화에서 이용해도 될 듯한 비주얼. ^^


홍종선 : ‘반도’에서 이정현과 강동원이 열심히 달았어야. ^^


류지윤 : 전 그거 보면서 앞으로 카체이싱 준비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은 더 ‘빡세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명준 : 이미 한국 카체이싱은 점점 빡세지고 있어. ‘용의자’ 때 공유가 계단을 후진으로 내려가고, 비록 CG지만 백두산에서 하정우가 강남 거리 헤치고 나갈 때부터.


류지윤 : 공유, 잊지 못해요. 이젠 비주얼도 새로워져야 하는 상황이죠.^^


홍종선 : ‘용의자’ 공유의 계단 후진, ‘백두산’ 하정우의 강남대로와 골목 돌파. 잊지 못한다, 진짜. 저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현대인’ 등의 단편으로 시작해 ‘다찌마와리’, ‘아라한장풍대작전’, ‘베를린’, ‘군함도’ 등으로 이어지는 액션의 달인 류승완 감독이 이제 작품성과 역사성, 휴머니즘 전반을 아우르는 마스터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영화가 ‘모가디슈’라고 생각해요.


류지윤 : 이견 없습니다, 그 의견에. ‘군함도’로 그렇게 뼈아프게 참패하고 또 역사 영화 들고 와 보완해서 내놓는 것도 리스펙합니다. ^^


홍종선 : 류 기자 말에 나도 동의. 류승완 감독 이번에 확실히 와신상담 제대로 함!!


유명준 : 류승완 감독도 어느새 대부분 영화가 역사 안에 있네요. 남북한이든, 일제를 대상으로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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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맞아 ‘베를린’ 이후 아닐까 싶은데. 이준익 감독은 인물을 통해 역사로 들어가 메시지로 큰 울림을 준다면, 류승완 감독은 사건을 통해 역사로 들어가 사람을 보여 주네요. 역사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니까, 거장 이준익과는 또 다른 결의 ‘역사버스터’를 만드는 류승완을 대환영해요.


유명준 : 전 사실 이번에 모로코에서 촬영한다고 들었을 때 불안 요소가 외국인 배우들. 외국인 조연 배우 잘못 출연하면 ‘서프라이즈’ 되거든요.


홍종선 : 그렇지. ‘서프라이즈’ 되지. 그런데 너무 잘 캐스팅하고 디렉팅 했어.


류지윤 : 특히 조인성이랑 대치하던 그 외국인.


홍종선 : 앞니 빠진. 경찰의 팀장 격으로 보이는, 칼릴. 또 대사관 운전기사 쇠마도 너무 캐스팅 잘한, 한국말마저 하네 ^^. 택시 운전사, ‘베스트 드라이버! 컴 컴’ 그 배우도 너무 연기 잘한.


류지윤 : 저는 아이들이 총 들고 사람들 위협하면서 장난치고 웃고 사람들 겁주는 게 약간 잔상이 오래 남더라고요.


홍종선 : 꼬마 셋의 행동이 위협으로 보이는 건 어른, 아이들 눈에는 고약하지만 장난. 그래서 픽픽 쓰러질 때, 이 장면 함축적으로 소말리아 내전의 참상을 잘 전했다 싶었어요.


유명준 : 그 장면은 정말 슬프기도 하죠. 실제로 내전 지역에서 꼬마들이 총 들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서늘하면서 안타까운.


홍종선 : 맞아. 서늘하며 안타깝지. 5·18 광주의 모습도 보였는데, 류승완 감독의 의도겠죠?


유명준 : 경찰들이 자국민 향해 폭행하는 모습 등에서요?


홍종선 : 바닥에 두 팔 올린 채 다리로 질질 끌려갈 때 바닥에 피 두 줄기 선으로 그려지는 장면, 남자가 흰 팬티만 입고 두 손 들고 연행되는 모습은 특히 그랬어요.


류지윤 : 5·18도 그렇고 얼마 전 미얀마 다큐를 유튜브에서 봤는데, 그 장면도 떠오르고. 최근에 계속 나오는 아프가니스탄 기사도 떠오르고.


홍종선 : 2021년은 미얀마로 시작해서 최근 아프간까지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가슴 아픈 국제적 사건들이 많았잖아요. 의도치 않았어도 ‘모가디슈’가 굉장히 타이밍 적절한 개봉이 됐어요.


유명준 : 미얀마보다는 아프간이 많이 겹치긴 하죠. 최근 보도된 공항 사진 등을 보면 더더욱. 모가디슈 국제공항과 카불 국제공항. 적어도 미얀마는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가거나 대사관이 철수하는 정도는 아니니까요.


류지윤 : 이 이야기가 지금 타임라인이라는 게 영화 같아요. 지금 일어난다는 사실이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진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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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 현실 아프간과 영화 ‘모가디슈’가 많이 겹치는 게 맞아. 사연도. 세상에 현지에 남은 한 명을 구하겠다고 최태호 대사가 한 행동을 보노라면 ‘모가디슈’의 한신성 대사와 똑같음. 지윤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모가디슈’ 영화가 개봉 중인데, 실제로 아프간에서 참극이 시작된 게, 영화 보다 영화 같지.


유명준 : 중동 지역이나 아프리카 내전 이야기 들으면 ‘진짜 21세기에’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때는 한국도 저런 취급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동북아시아가 중동처럼 석유 안 나오는 게 다행이라고. 아마 석유 나오고 매장량 어마어마했다면, 이 지역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홍종선 : 지정학적 요충지인데, 석유까지 나오면. 하, 로또가 아니라 서구 열강에 의해 비극이 시작됐을 확률이 높지. 우리가 혼자 그걸 먹게 두겠느냐고.


유명준 : 그러고 보니, 영화 이야기하면서 오랜만에 배우들 이야기를 안 하네요. ^^ 사실 ‘모가디슈’는 다른 곳에서 영화평 하면서도 배우들 이야기는 잘 안하는 것 같아요.


홍종선 : 그러네.


류지윤 : 사실 배우보다 류승완 감독이 먼저 보이는.


홍종선 : 그게 1000만 영화의 특색인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삶 안으로 영화를 받아들여서 우리 얘기나 내 얘기를 하게 되는. 감독이 먼저 보이는 영화이고. 그런데 안으로 들여다보면 너무 너무들 다 잘했지. 김윤석과 허준호, 조인성과 구교환, 김소진과 박명신, 정만식과 김재화 부부까지. ^^


류지윤 : 다들 잘하는 배우 데려다놓고 잘하는 것 보여줘서. ^^ 사람들이 특별하게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할까요.


유명준 : 그렇죠. 그런데 ‘다들 잘했다’ 이외에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죠. 역으로 생각해 보면 새롭게 뭔가 발굴된 배우는 없어요. 아, 북한 말을 자막으로 처리하는 것은 어떻게 보셨는지?


홍종선 : 외국으로 보는 시각인건데. 안타깝지만 그게 한반도 통일의 첫 걸음인 건 사실 같아요.


류지윤 : 전 개인적으로 ‘자막러버’라 보기 편했어요. 지금까지 북한말 발음 때문에 전달성 지적 많았잖아요.


유명준 : 전 반대로 영화를 보고나서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질성을 주려했던 것이 과연 옳았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죠.


홍종선 : 지금은 북한을 일종의 괴뢰집단으로 보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두 나라로 우리를 보는데. 서로를 나름 인정해야 미국식의 연합국가로 통일이 되든, 유럽연합식 형제국이 될 수도 있으니까, 미래에.


류지윤 : 그렇게 각자의 길 가는 남북한. 사실 이게 요즘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아요. 한민족이란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을지.


유명준 : 다들 통일보다는 서로 인정하고, 교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듯.


홍종선 : 사실 내 세대만 해도 한민족인데. 뭐 우리가 한민족임을 부정하거나 말거나 (영화 속에서) 깻잎장아찌 어떻게 떼고 어떻게 눌러주는지를 다 알고 있잖아. 문화적 동질성이 있다는 거죠, 역사 문화적으로. 결코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같은 관계일 수는 없다는 거지.


류지윤 : 북한이 다른 나라와 경기하면, 북한을 응원하긴 해요.


홍종선 : 맞아. 나도 북한이 다른 나라랑 경기하면 북한 응원하게 되더라.


<영화 ‘모가디슈’는>


홍종선 : 김윤석을 만나니 조인성 배우 더 사내다워 보이고 유연하고 여유 있게 연기해서 좋았다…는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김윤석은 참으로 좋은 연기 스승. 조용히 티내지 않으면서 상대에게서 좋은 걸 끄집어 내 줘요.


류지윤 : 한국 영화의 기술적 진화를 살필 수 있는 현 주소! 이 시국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영화의 완성도에 기인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네요! 류승완 감독의 마스터피스는 현재 진행 중!


유명준 : 좀 더 남북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고 ‘한국’ 관객은 누구나 ‘그 감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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